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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Dec 31. 2020

[서평, 리뷰] 이것이 공매도다

Long positin은 길게, Short position은 짧게

2021년 3월 16일. 코로나 19로 글로벌 증시가 순식간에 폭락하자 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금지된 공매도가 재개될 예정이다. KOSPI 2,873.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어 주가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여 공매도 금지가 연장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일반 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다. 오르는 주가를 끌어내릴 반작용이거니와 기관 투자자에 비해 일반 투자자가 공매도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일종의 역차별이란 이유에서다. 공매도가 과연 증시의 악의 축일까? 공매도 재개 예정을 앞두고 공매도를 위한 변명을 적어 본다.   

  

  국내 증시에 투자자들이 막연히 갖는 대표적인 부정적 편견을 꼽으라 한다면 필자는 헤지 펀드와 공매도를 꼽겠다. 소버린, 아이칸, 엘리엇 등 해외 헤지 펀드가 한국의 부를 약탈하는 투기 세력으로 인식된다면, 공매도는 변동성을 키우고 주가 하락을 촉발시키는 불건전한 투기수단으로 간주된다. 소액 투자자들의 오해와 달리 헤지 펀드는 말 그대로 위험을 회피하는 헤지된 포지션을 갖는 펀드이다. 마찬가지로 공매도는 증시 효율성을 제고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이러한 접근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이슈이다.
 
  편견이 심한 대중을 설득하는 작업은 무척 어렵다. 감정이 앞설 이슈에 차분한 논증으로 팩트 체크를 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가 간단치 않다. 잘해야 본전이고 자칫하면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이 공매도다'의 저자 이관휘는 공매도에 대한 대중의 편견에 맞서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솔직 담백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공매도에 대한 갖는 오해를 하나씩 차분하게 풀어낸다. 이어서 공매도가 금융 시장에 필요한 이유와 긍정적인 기능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해외 사례를 들어 공매도의 긍정요인을 재차 상기시킨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몇 가지 개념을 정리한다.
 
  첫째 공매도의 정의이다. Short* selling, 즉 공매도는 주식이 없는 투자자가 먼저 주식을 판 다음에 이를 되사서 갚는 행위이다. 공매도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1) 차입 공매도 : 주식을 빌려와서 매도한다. 2) 무차입 공매도 :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매도한다. 전자는 공매도 포지션이 커버된다는 의미의 covered short이라 부르고 후자는 포지션이 노출되었다는 뜻에서 naked short이라 명한다. 대개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나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된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먼저 팔았기 때문에 결제 전 주식을 빌리지 못하면 매수, 매도 수량이 불일치하여 정산이 지체되거나 심할 경우 결제 불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하 리뷰에서 공매도는 차입 공매도에 한정하겠다.

  * 왜 Short을 매도 포지션으로 이해할까? 선도 거래에서 유래가 되었다. 선도 거래란 미래에 거래를 할 상품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특정 가격에 사거나 팔기로 약정을 맺는 계약이다. 예를 들어 내년 유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가 20년 3월에 원유를 60$에 인도받기로 하고 오늘 원유를 사는 거래가 선도 내지 선물 거래이다. 원유를 파는 매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창고에 보관된 원유가 팔수록 미래의 재고가 줄어들 것이다. 원유재고가 부족해진다(short)는 의미에서 매도 포지션을 숏(short) 포지션이라 칭한다. 반대로 원유가 입고되기를 기다리는 매수자는 원유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long for)는 뜻에서 매수 포지션을 롱(long) 포지션이라 표현한다.  

 
  둘째 차입 공매도의 방법이다. 예탁결제원이나 증권금융 등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에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 거래와 증권사나 운용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단기 대여하는 대주 거래로 구분된다.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차입공매도를 하기 어렵다. 기관투자자에 비해 신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기관에 비해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어렵다는 제약도 공매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주식을 매수하면 손실은 원본으로 한정된 반면, 이익은 무한대이다. 반대로 공매도는 이익이 100% 이내로 제한되지만 손실이 무한정이다. 이익이 제한되고 손실이 무제한인 공매도는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어긋난다. 공매도 포지션을 길게 가져가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제 투자자들이 공매도부정적 이유와 실제 영향과 현상간략히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야기한다는 편견이다. 공매도 역시 매도의 일환이므로 수급 불균형으로 주가가 빠진다는 것이다. 펀더멘탈이 양호한 기업이 있다. 돌발 악재가 있어 주가가 일시 하락하였다고 가정하자. 악재라고 봤던 뉴스를 분석한 결과 펀더멘탈에 영향이 없다고 판정되면 주가는 빠르게 회복한다. 악재로 인한 주가 하락은 일시적이다. 마찬가지로 공매도를 한 주식이 우수한 펀더멘탈을 가지고 있다면 공매도로 인한 일시적 수급 불균형은 이내 회복된다. 실증 분석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펀더멘탈이 약한 기업은 공매도가 일어나면 주가는 상당기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공매도를 보고 뭔가 문제가 있을 거라 여기는 투자자들이 매도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공매도가 지닌 '가격발견 기능'이라 부른다. 공매도 행위에 주가 하락 요인이 내재되었다는 정보 시그널을 준다는 뜻이다. 펀더멘탈이 약하거나 악재가 사실인 주식은 공매도가 없어도 어차피 빠질 주식이다. 오히려 정보 획득력이 약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하여 손실을 덜 보고 팔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공매도가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는 부정적 인식이다. 보통 주가 하락기에 변동성이 커진다. 변동성이 커진다는 건 보통 주가 하락을 전제하므로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공매도가 변동성을 키우지 않는다는 게 실증 분석의 정설이다. 오히려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변동성이 커진다고 한다. 주가가 하락하리라 예견하는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한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그만큼 주가전망을 좋게 보지 않은 이들의 입김이 줄고 낙관적 편견이 우세한 투자자들의 영향이 커진다. 주가는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하여 버블을 키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버블이 낀 주식이 하락을 시작하면 급격하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락하는 주식을 공매도하는 방법을 모멘텀 공매도라 한다면 상승하는 주식을 공매도하는 것을 역모멘텀 내지 역발상 공매도라고 칭한다. 모멘텀 공매도는 일시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강화시켜 변동성을 키우지만 역발상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미리 예고하여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마지막으로 공매도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오해이다. 공매도가 이익이 제한되고 손실 가능성이 무한대라는 한계와 대차 수수료 등 공매도에 소요되는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하여 확실한 내부자 정보를 잘 아는 이들이 공매도를 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합리적 추론이다. 다만 내부자 정보 이용은 금융당국이 원천적으로 금지하므로 내부자 정보를 활용한 공매도가 보편화될 가능성은 낮다.
 
  오해가 풀렸다면 공매도가 주식시장에 주는 순기능을 살펴보자.
 
  첫째,  가격 효율성을 제고시킨다. 공매도가 쌓이는 기업에게 주가가 과대평가되었다는 시그널을 주어 주가가 다시 균형 가격으로 되돌아오게 한다. 주가가 적정한 수준으로 다시 수렴하게 만드는 가격발견 기능을 제공한다. 역모멘텀 공매도의 전형적 기능이다.
 
  둘째, 유동성을 공급한다. 증시에서 유동성은 주식 거래의 용이성을 뜻한다. 원하는 수량을, 원하는 가격에서, 원활하게 매매할 수 있을 때 유동성이 좋다고 말한다. 유동성이 부족하면 원하는 수량을 매매하기 위해 당초 예상보다 가격을 올리거나 낮추어 팔아야 한다. 기대보다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 주가가 급하게 상승할 때 공매도를 금지하면 당연히 팔자가 부족해져 거래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셋째, 공매도가 주는 정보효과이다. 전술했던 대로 공매도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당해 주식이 고평가 되었거나 악재가 나왔거나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한다. 공매도 규모가 상당할 경우,  종종 분식회계나 악재를 숨긴 투자자에게 덜 알려진 기업에 대중적 관심이 쏠려 당해 기업의 실상을 알게 해 준다. 거짓말을 하는 기업의 민낯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수익을 얻기 위한 다양한 헤지 투자전략이 가능하게 한다. 공매도를 하면 차익 거래나 헤지 거래가 가능해진다. 차익 거래란 위험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고평가 된 쪽을 팔거나 공매도하고 저평가된 것을 사서 차익을 얻는다. 공매도로 실행 가능한 차익 거래는 주가지수선물 혹은 ETF와 현물주식간, 전환사채(CB)와 원 주식간, 합병 당사자 기업 간에 가능하다. 헤지 거래는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주식을 동시에 롱, 숏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자면 삼성전자를 롱 하면서 삼성전자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SK하이닉스를 숏 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반도체 업체인데 삼성전자를 롱 하고 하이닉스를 숏 하는 것은 반도체 경기가 둔화될 리스크를 피하면서 삼성전자가 영위하는 모바일 핸드폰이나 디스플레이 등의 다른 사업 부문의 전망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코스닥 IT기업이 좋아 보이지만 코스닥 전망이 우려되거나 임상 실패를 거듭하는 바이오 업종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어떤 포지션을 취하여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코스닥 IT ETF를 매수하는 동시에 코스닥 150 선물인버스 ETF를 사면 된다. 코스닥 150 선물인버스는 코스닥 150 지수가 하락할 때 주가가 오르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스닥 150 구성 종목의 상당수가 바이오로 구성되어 있어서 지수와 바이오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면 효과가 더 커진다. 이처럼 롱-숏 페어 헤지 거래는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주는 장점이 있다.
 
  우리 증권 시장에서는 공매도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한국형 헤지 펀드와 전문 사모 펀드가 출범한 이후로 공매도가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 한편, 반대급부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2018 년 ~ 2019년 초반 증시 통계 기준,  공매도 비중이 거래량의 6~8%가량 차지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점차 공매도에 익숙해지고 있다. 2010년 이전 외국인들이 주로 공매도했던  당시의 1~2% 대에 비하면 괄목상대하다. 개인투자자들도 마찬가지이다. 투자규모가 큰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로 연 20~30%가량 투자수익을 올린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실증연구에 따르면 이익, 판매·공급계약 등의 내부자성 공시 정보들이 사전에 유출되는 비율이 50%에 근접하고 호재보다 악재가 유출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공매도에 대한 철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한 이유겠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 격언이 있다. 주식 투자 대상이 국내 증시에서 해외 증시로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 주식에서 파생상품, 부동산, 메짜닌과 비상장 주식 등의 자산 클래스로 다양해지고 있다. 공매도를 규제한다면 주식 투자 방법은 오로지 주식을 사는 도리 외에 대안이 없다. 주식 현물 투자가 대체 투자 등 절대수익을 지향하는 자산군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사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양손에 무기를 들어야 할 시점이다. 공매도는 활용하기에 따라 수익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주식을 long(매수)하고 short selling(매도)하는 헤지 투자전략은 절대수익을 실현할 괜찮은 투자수단이다. 단, 공매도가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수익률 분포의 위험성을 충분히 숙지하여 short position은 가급적 짧게, long position은 가능한 한 중장기로 투자하기를 권한다. 삼성전자를 매도한 이후 3일 동안 연속 10% 하락한다고 가정하자. 수익이 첫날 +10%, 둘째 날 +19%, 셋째 날 +27.1%로 절대액이 늘어나지만 이익이 증가되는 비율은 체감한다. 반대로 3일 연속 10% 오른다면 첫째 날 -10%, 둘째 날 -21%, 셋째 날 -33.1%로 절대 손실도 늘지만 손실이 증가하는 비율이 체증한다. short 포지션이 손실이 날 때는 이만큼 위험하다. 숏 포지션 손실을 헤지하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롱포지션을 늘려야 하므로 자금부담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요즘 여의도가 스캔들로 들썩이고 있다.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애널리스트가 사익을 추구하여 불법적인 선행 매매를 하다 규제 당국에 심심치 않게 적발되고 있다. 미공개 내부자 정보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더 엄중하다. 마찬가지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공매도 역시 증권시장이 바르게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적발해야 할 중대 범죄이다. 국내 법제상 공매도 규제 위반 시 형사 처벌할 조항이 없다. 경미한 과태료와 주의 조치만 있을 뿐이다. 공매도를 철저히 단속하기보다 공매도가 자행될 소지를 키우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공매도 위반 시 중벌 한다. 미국은 500만$ 이하 벌금 내지 20년 이하 징역을 부과한다. 현실적인 벌칙 마련이 시급하다.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딛고 투자 수단의 다변화란 관점에서 공매도 활성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매도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결 과제가 있다. 첫째, 기관투자자에 비해 공매도 접근이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자별로 공매도 접근 가능성이 불균형되어 있는 한 부정적 기류를 달래기가 어려울 것이다. 둘째, 불공정 매매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공매도 관련 금지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 공매도 역기능에 대한 충분한 조치를 펼치면서 공매도가 좋은 투자 수단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Yes24 리뷰어 클럽이 선정한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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