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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Feb 15. 2024

누가 이강인 선수에게 돌을 던지라 했나?

관리와 갈림 사이의 줄타기,  축협과 감독의 물타기?

어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간의 갈등설로 인터넷이 시끌벅적했다. 여론은 이강인 선수가 물의를 빚은 원흉으로 잘못했다며 비판하는 흐름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장유유서라는 유교적 질서에 익숙하다 보니 더 그런 걸로 여겨진다. 그런데 과연 요르단전 졸전의 이유가 팀 내 갈등과 분열 때문이었을까? 이강인 선수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현실이 온당한 것일까? 짚어보고 싶은 몇 가지 사항이 있다.


1. 누가 기사 소스를 흘렸을까?

문제의 발단은 영국의 황색잡지 더 선의 폭로성 기사에서 비롯되었다. 일단의 국대, K리그 팬들 언급으로는 더 선은 아시안컵에 취재기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만일 이 것이 사실이라면 더 선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한 소스를 누군가로부터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손흥민, 황의찬, 오현규, 양현준 선수 등 자국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에 소속된 한국 선수들이 있어 조별 리그부터 졸전 끝에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 국대 팀을 취재할 동기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사소한 다툼일 수도 있는 해프닝을 축구 협회로부터 확인받아 작성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 추론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소스를 흘렸을까? 성적 부진으로부터 여론의 극심한 질타를 받는 쪽에서 흘렸을 개연성이 높지 않을까? 축협이 아니라면 누가 영국의 가십성 언론지에 컨택을 할까?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하지 않나? 이 점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를 수 있다. 한창 경질론이 비등한 지금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2. 축협은 왜 한 시간 만에 사실관계를 밝혀줬나? 무슨 이득을 얻겠다고!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것 이상의 더 큰 문제는 불과 지난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줬던 짜임새 있는 빌드업, 공격적인 점유율 축구가 처참하기 그지없는 경기력으로 급전직하로 망가졌다는 사실이다. 비난의 중심에 서있는 축협으로서는 앞으로 있을 월드컵 예선 준비에 하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 선수들 간의 갈등을 부인하거나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명하는 것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의 나 몰라라 도피성 외유에는 일언반구 지적도 하지 못하면서 이 기사에 대해서는 한 시간 만에 서둘러 사실임을 인정해 줬을까? 아니 인정을 떠나 국내 언론사에게 해외 보도를 전해주며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흘려줬을까? 자신들에게 몰린 비판적 시선을 돌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특히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의심을 받는 정몽규 협회장에 쏠린 불만과 비난을 물타기 하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역시 합리적인 의심의 영역일 것이다.


3. 관리와 길림의 외줄 타기, 앞으로 누가 국대팀을 위해 희생을 하겠는가?

성적 여하를 떠나 이번 월드컵에서 주장 손흥민 선수가 보여준 희생에 감동을 받았다. 아시아의 GOAT 레벨로 성장한 손흥민 선수에게 유일한 흠이라면 우승 트로피이다. 프로 리그 우승컵과 역내 챔피언십인 아시안컵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절정기를 지내고 있는 그로서는 누구보다 절실한 게 우승 트로피일 것이다. 오죽하면 호주 대표팀 감독으로 8년 전 한국의 우승을 가로막았던 토트넘 앙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대한민국 - 호주전을 앞두고 손흥민에게 필요한 것이 우승컵이라며 조국인 호주의 승리보다 그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손흥민은 연장전을 끝내고 감정에 복 받힌 듯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국대팀의 승리를 기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대팀이 손흥민 선수에게 어떠한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가? 연봉은 토트넘에서 받는다. 물론 국가대표 선수로서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주수익원은 소속팀에서 발생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가대표님은 명예이자 긍지요 책임을 지는 자리에 불과하다. 이런 국대팀을 위해 6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30대 초반 나이에 자신을 갈아 넣은 것이자, 팀과 감독이 선수를 보호하고 경기력을 관리하기는 커녕 대책없이 체력과 능력을 갈아 넣은 것이다. 


이강인 선수는 또 어떠한가? 호주전에서 연장전 막판에 교체되어 나갔지만 손홍민 선수처럼 거의 6경기를 풀로 갈려나갔다. 이강인 선수는 이제 만 22세 불과한 청년이다. 2001년 생인 그는 2011년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 소속되어 스페인에서 지낸 시간이 한국에서 보낸 세월보다 길다. 당연히 서구적인 사고방식이 자연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발렌시아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진짜 이유는 구단주나 감독이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 이강인 선수를 주전 미드필더로 승격할 경우에 자리를 빼앗길 당시 발렌시아 주장과 그의 동료들의 텃세 때문이었다. 그들의 집단적인 따돌림과 행동에 결국 감독과 구단주가 물러난 것이다. 이런 환경하에서 이강인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에 대한 집념과 투쟁심이 아니었을까? 물론 9살 연상이자 주장인 손흥민 선수에게 대든 건 100% 이강인 선수의 잘못이라 할 수 있다. 감독의 무전술과 갈아 넣는 축구에서 승리를 위해 팀분위기를 하나로 모으고자 했던 손흥민 선수의 승리를 향한 의지에 반하는 이탈일 수 있다. 그렇지만 평소 즐기던 탁구를 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질책에 유럽 리그에서 처럼 자신의 주장을 다소 거친 방식으로 어필하는 것이 과연 온 국민의 저주 섞인 비난을 받을 만한 행위였을까? 손흥민 선수나 이강인 선수 모두 한국 축구의 귀중한 자산들이다. 누군가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야말로 한국 축구의 앞날을 암울하게 만드는 악재일지 모른다. 이렇게 갈려나간 자신에게 돌아오는 게 도를 넘는 비판과 냄비처럼 뜨거운 여론이라면 누가 국대를 위해 헌신하겠는가? 


4. 흐려진 본질은 팀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게 쏠려야 한다.

축구 전술을 잘 모르는 문외한일지라도 이번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국가대표팀이 경기력이 어째서 형편없이 무너졌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정도로 무전술, 무대응, 무작전이 문제의 핵심이다. 지금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유럽에서라면 사소한 팀 내 갈등이자 후배 선수가 진솔한 사과를 하면 없던 일처럼 될만한 일을 침소봉대한다면 손흥민 파, 이강인 파, 김민재 파로 정말 국대팀이 사오분열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이강인 선수에 대한 비판에 앞서 그의 해명과 반성을 혜량 해주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아울러 사태를 이 지경까지 또다시 처참하게 만드는데 일조했을지 모를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회장과 그의 측근들. 이들이야말로 성적 부진과 팀 관리 소홀, 여기에 자신의 면피를 위해 희생양을 만드는 비겁한 행위까지 그 책임을 물어 마땅히 경질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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