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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양 Jul 23. 2022

파리는 날마다 축제

summer of paris


파리에 온 지 열흘이 됐다. 첫 일주일은 독일에서 온 친한 동생과, 지인들과 시간을 보냈다. 타지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특히나 반가운데 게다가 친분이 있는 사람과 만나니 그 시간은 더욱 소중했다. 제주에서 2달 정도 같이 살았던 동생은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고 있다. 우린 샤틀레 부근의 공원에서 만났다. 먼저 도착한 내가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는데 유난히 하늘이 맑고 햇살이 따뜻한 날이었다. 동생이 저만치에서 두리번거리자 이름을 크게 외쳤다. 여기서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한국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더 편한 느낌이 들었다. 청바지에 백팩, 집게핀으로 머리를 틀어 올린 동생이 성큼성큼 잔디밭으로 다가왔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늘 한국에서만 보던 우리가, 제주도 작은 마을에서만 지내던 우리가 파리에서 만나다니. 이런 날이 오다니.


머리가 짧았던 동생은  어깨 아래까지 머리가 길어 있었다. 너 머리 정말 길었다! 한국에서와는 다른 옷차림과 분위기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파리에 두 번째로 오는 동생은 이렇게 더운 파리는 처음이라고 했는데 사실 나도 그랬다. 어쩌다보니 파리는 여름에만 오게 됐는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겨울에도 와 보고 싶다. 친한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더니 왜이렇게 하고 싶은게 많냐고 타박 비슷한 말을 들었다. 그러게 나 왜 이렇게 하고 싶은게 많은거지? 스무살도 아닌데!



동생과 잔디밭에서 근황을 주고 받으며 대화가 시작됐다. 독일 생활에 대한 이야기, 또 제주시에서 보냈던 나의 시간들과 퇴사하기까지의 여정. 만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과 주변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주고 받았다. 우리는 대개 유럽의 자유로움과 유럽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장점과 단점까지 늘어가며 이야기 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러 영화관으로 갔다.


파리에서 보는 영화는 두 번째였다. 비록 이 영화가 해외에서 수상을 한 덕분에 볼 수 있는거지만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 영화를 더 많이 접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반대로, 나도 프랑스 영화를 많이 보고 싶은데 언어의 장벽으로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도 내가 불어를 알았더라면 이 시간들이 더욱 특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은 한국에 비해 많이 단촐하다. 상영관도 작고 지정 좌석제가 아니라 내가 앉고 싶은 곳에 앉으면 된다.  한국의 영화관에 비해 상영 전 광고도 덜 한 것 같다. <헤어질 결심> 을 보는데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영사실의 실수로 내가 들어갈 상영관에 영화가 채 끝나지 않았고 아무런 공지가 없어 그대로 들어갔는데 <헤어질 결심>이 상영 전인줄 알고 계속 기다린 것이다. (스크린에 검은 화면이라 영화 시작 전이라 생각, 아주 까맣게 속음) 그런데 갑자기 난데 없이 중국 영화가 상영하여 밖에 나가서 물었더니 다시 틀어준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안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들의 영화(중국영화)가 중단 됐고 기어이 다시 시작하다가 왠 한국 영화가 시작된 것이다. 한 오분 후에 모든 상황 파악이 된 직원이 와서 불어로 무어라 설명을 하곤 다시 중국영화가 시작됐다. 우린 그 영화의 엔딩을 보고 <헤어질 결심>을 볼 수 있었다.


이것 말고도 파리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많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기상천외한 것으로 간주되어 인터넷 뉴스 어딘가에 실렸을 것이 분명하다. 파리에 오래 머무르니 그들의 사고 방식이나 그들의 행동에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일부분은 닮고 싶은 것도 있고 좀 제발 고쳤으면, 하는 것들도 있다. 장단점은 언제나 존재하니까. 아무튼 파리는 매력적인 도시이며 애증의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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