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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스 Oct 24. 2022

아프리카 '악마의 수영장' 체험하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액티비티 중 하나인 '악마의 수영장' 체험


보통 10월 이후에나 개장한다고 하는데,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7월에 유례없이 조기 개장을 했다.


마침 우리가 빅토리아 폭포에 도착한 시점에 맞춰서 개장을 한 '악마의 수영장'


게다가, 여행사에서 비행기 표를 잘못 끊어 짐바브웨 일정이 하루 늘어났기에 가능했던 기적.


이것은 진정 운명의 장난인가?


고소 공포증, 물 공포증, 다중 공포증, 미인 공포증 등등 공포증 마니아인 나는 과연 두려움을 극복하고 악마의 수영장 인증샷을 찍어올 수 있을 것인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낭떠러지가 보이는 절벽 위에서 급류를 가르며 악마의 수영장 바로 앞까지 헤엄쳐 가야 했다.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수심이었지만, 수영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를 해야 되기 때문에 수영을 해서 건너라고 했다.


일행 중 네 명은 수영에 자신이 없어 결국 중도 포기를 해야 했다.


수영을 못하면 신청하지 말라는 가이드의 말을 쉽게 넘기고 140달러라는 거금을 지불하였는데, 상심이 보통 크지 않았다.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여야 한다. (왼쪽으로 밀려내려가면 낭떠러지다. ㄷㄷㄷ)


드디어 악마의 수영장 입구 쪽에 다다랐다.


수영장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할 정도의 고작 목욕탕 냉탕 정도의 너비였다.


하지만 유속이 굉장히 빨랐고, 절벽 가장자리를 자연적으로 두르고 있는 바위 난간 말고는 다른 안전장치도 없어 보였다.

가이드 목숨 두개임
밀지 말라고!!


한 명씩 차례를 기다리며 절벽 가장 끝자락에 몸을 걸친 채 인증샷을 찍었다.


내 차례가 되어 헤엄쳐 끝자락에 닿은 뒤, 두 발로 절벽 앞에 섰다.


순간 헤드 마운트에 설치해 둔 액션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리띠에서 액션캠을 떼내어 확인해보니 역시나 전원이 꺼져 있었다.


전원을 켠 뒤 다시 머리띠 카메라를 설치하려고 두 손을 머리에 올렸더니 몸이 휘청 거린다.


순간 패닉이 왔다.


거친 유속 때문에 서 있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고, 금방이라도 낭떠러지 밑으로 떠내려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후 용기를 내어 "오케이 아임 레디"를 외쳤다.


하지만 가이드는 시간이 없다며 반대편의 풍경 사진을 찍기 위해 이동을 했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난간 위로 기어올라 절벽 끝에 몸을 뉘었지만, 이미 시간을 꽤 지체했는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턱없이 짧은 시간 동안 어설픈 사진 몇 장만 건진 채 바로 다음 사람으로 바통 터치를 당했다.


영상 촬영에 신경 쓴다고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고 폭포 한 바퀴 제대로 둘러볼 여유 없이 시간에 쫓기든 나오게 되어 상당히 찝찝하고 아쉬운 마음에 속이 상했다.

(게다가 머리에 쓴 헤드 마운트 때문에 사진도 탄광촌 광부처럼 나왔다.)



하지만 우리 그룹 중에는 수영을 못해 아예 이곳으로 건너오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 친구들은 건너편에 있는 물살이 비교적 잔잔한 폭포수 옆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우리는 그곳을 '악마 옆 수영장'이라고 놀려댔다.



특히 한참 피 끓고 객기 어린 21살 재익이는 분하고 섭섭한 표정을 내내 감추지 못하며, "다음에 꼭 다시 와서 재도전할 거예요."라고 다짐했다.


살면서 이곳을 다시 올 수가 있을까?


설령 시간이 지난 후 기회가 찾아와 다시 이곳을 찾을지라도, 그리고 힘차게 헤엄쳐 절벽 끝에서 멋진 사진을 찍어 오늘의 아쉬움을 달랠지라도,


그것은 그 미래의 '현재'에서 일어나는 독립적인 일일뿐, 그것에 기대어 과거의 '현재'를 완벽히 위로하거나 치환할 수는 없다.


바꿔 말하자면 현재의 아쉬움과 미련 역시 오롯이 현재의 몫일 뿐.


여행을 한다는 것은 다시 돌아오기 힘든 길을 걷고, 다시 보기 힘든 것을 보고, 다시 느끼기 힘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이란 것을 알기에 찬란한 미래를 보상으로 초라한 현재를 위안 삼을 수 없다.


모든 현재의 실패와 아쉬움, 그리고 환희와 기쁨마저 결국엔 시간이란 강물에 흘러가 과거 속에 퇴적해버릴 운명이다.


인생을 스쳐가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과, 그리고 아쉬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뜨겁게 아파하고 눈물 흘리자. 그리고 저 멀리 떨어지는 폭포 아래로 흘려보내 버리자.


그 물결 또한 삶이란 바닷속으로 흘러들어 인생의 지층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인생의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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