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돌리드 일요일의 도시 풍경 -
토요일 밤에도 역시 호텔 창밖 카페 식당 테라스의 소란은 계속된다. 오전 2시경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테라스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즐기고 있다. 새벽녘이 되어 다시 내려다본다. 그 사이 테라스 테이블과 의자들이 모두 치워져 있다. 끝난 것이다.
오전 10시경 아침을 먹기 위해 호텔을 나선다. 아침 공기가 선뜻선뜻 차갑다. 오늘은 어제 갔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보기로 한다. 길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아침 식사를 할 곳이 없다. 한 20 여분 지났을까? 길가 코너에 있는 카페에 사람이 보여 들어간다. 커피와 샌드위치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동네 카페라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모두 서로 아는 것 같다. 은근하게 사람들이 들고 나선다.
카페를 나와서 또다시 목적지 없이 걷는데 고색창연한 성당이 나온다. 표지판에 ‘이글레시아 산 파블로(Iglesia San Pablo)’로 적혀있다. 바야돌리드 주요 관광 사이트 중 하나인데 아침 산책 중 우연하게 보게 된다. 성당에 들어가 보니 미사 중이라 바로 나왔다.
산타 크루스 회당(Palacio de Santa Cruz)에 가기로 한다. 지도 앱에 목적지를 넣으니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투숙한 호텔 곁이다. 호텔 주변에는 바야돌리드 대성당, 바야돌리드 대학, 라안티구와 성당이 있는데 모두 주요 관광지로 되어있다. 자료를 보니 산타 크루스 회당이 바야돌리드 대학 소속 건물이다. 팔라시오(Palacio)라는 표현이 있어서 왕궁인 줄 알았다. 산타 크루즈 회당은 수리 중이다. 그래도 정문이 개방되어 있어 들어가 본다. 사각형의 내부 건축물이 아름답다.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이라고 한다. 큰 벽시계도 보이는데 아마도 건물 수리 중이라 내려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참에 주변에 있는 대성당, 안티구아 성당, 그리고 바야돌리드 대학 건물을 돌아보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둔다.
대성당과 주변 풍경이다.
대성당 앞 광장에는 세르반테스 동상이 서있다.
바야돌리드 대학 건물이다. 이 부근 일대에 산타 크루즈 회당을 포함한 대학 건물들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 안티구아 성당이다. 호텔 바로 앞 건물이 이 성당이다.
다시 마요르 광장 쪽으로 발을 돌린다. 가는 길목의 모든 상점들은 카페와 식당을 제외하고 문을 닫았다. 카페와 식당도 빠르면 11시 그런데 보통 12시 반 ~ 오후 1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마요르 광장에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심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 ‘세르반테스의 집(Casa de Cervantes)’에 가보기로 한다. 마요르 광장에서 1킬로미터 미만이다. 가다가 큰길을 만나는데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표지판을 보니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이다. 광장의 중앙에 넓게 지붕으로 덮여있는 공간이 있는데 아마도 과거에 시장으로 사용된 공간인 것 같다. 그 한편으로는 재래시장이 있고 나머지는 주변 카페 식당들의 테라스로 이용되고 있다. 그 중간에 커다란 지구본 분수대가 인상적이다.
스페인 광장 건너편에 큰 교회가 보인다. 나는 이곳에 이렇게 큰 신교 건물이 있나 싶어 의아한다. 주변 벤치에 앉아 스페인 고 금화와 은화를 가지고 서로 흥정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물어보니 성당이라고 한다. 신교는 언감생심이라며 바야돌리드는 전통적으로 가톨릭이라고 주장한다.
성당 앞에서 노인들과 얘기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ㅇㅇ 아빠’ 소리가 높게 들린다. 무슨 급한 일인가 하고 가보니 농산물 판매대에서 감자를 사겠다고 한다. 너무 맛있는 감자라는 것이다. 호텔에 주방이 있으니 소금 넣어서 삶아 먹겠다고 그런다. ‘내일 이동하는데...?’라고 내가 반대하니 오늘 저녁에 먹고 남은 것은 가져가면 된다고 한다. 이미 결정된 것아다. 조금만 사라고 얘기해 준다. 크지 않은 감자 20개를 샀다. 4유로이다.
스페인 와서 여러 도시에서 눈여겨 본 것이지만 시내에 자전거 보관소가 있다. 자전거 유료 주차장이다. 들여다 보니 고급 자전거들이 들어가 있다. 우리도 참고해 볼만하다.
‘세르반테스의 집’ 입구 쪽에서 보니 첫눈에도 닫혀있다. 내려가 알림글을 본다. 선거일정으로 오후 2~3시 사이에만 개장한다고 적혀 있다. 집 정문 입구에 글이 쓰여 있어 확대해 보니 '여기에 세르반테스가 살았다(Aqui vivio Cervantes)'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외부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돌아온다.
다시 마요르 광장 쪽으로 걸어오는데 이상하게 보이는 건물이 있다. 건물 안으로 장식이 잘된 길이 보인다. 무슨 건물일까 하고 들어가 보았는데 상가들이 보인다. 일요일이라 문은 닫았지만 신기하다. 맞은편 문으로 나와 건물의 간판을 보니 ‘PASAGE DE 1886 GUTIERREZ(쿠티에레스 골목)‘으로 표시되어 있다. 갑자기 어제 지도 앱에 물어 찾아간 같은 이름의 그 골목은 무엇일까? 혼동된다. 그런데 관광명소로 소개된 구티에레스 골목은 여기가 맞는 것 같다. 자료를 보니 1886년 쇼핑센터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어제 소개되었던 것은 잘 못된 것이다.
점심은 ‘세르반테스의 집’에 갈 때 보아두었던 이태리 음식점 ‘히노스(Ginos)’에서 먹었다. ‘히노스’는 이태리 음식 체인점인 것 같다. VIPS와 같이 대도시에는 어느 곳에 가나 있다. 그리고 VIPS와 비슷한 장소에 접해 있다. 이곳에서도 그렇다. 집 나온 지 74일인데 한식을 거의 먹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조금 부드러운 음식이 필요하다. 가장 익숙한 것이 파스타라서 각자 스파게티를 먹고 나온다. 스파게티 먹기 전 전식으로 피자를 시켰는데 아주 맛있다. ‘피자 맛의 비밀은 반죽에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피자의 반죽이 아주 좋다. 지나치지 않은 졸깃함이 문득 이 말을 생각나게 한다.
식후 산책 겸 천천히 문 닫은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호텔로 복귀했다. 갑자기 피로가 엄습해 낮잠을 잔다. 오후 7시 쯤 일어나 창밖에 소리들이 크게 들려 내다보니 또 일요일 저녁 장사를 위해 카페들이 테이블을 쫘악 깔아놓았다. 이제 시작이다. 그런데 이 장소가 바로 라 안티구와 성당 뒤이다. 호텔이 성당 뒤에 있으니 당연하게 위에서 잘 보인다. 우리가 투숙하고 있는 호텔은 아래 호텔 건물의 4층 테라스가 튀어나와 있는 방이다. 이 테라스에 나오면 아래가 훤하게 보인다. 그런데 미리 알고 투숙한 것은 아니다.
아내가 기어코 감자를 쪄 냈다. 설탕과 소금을 적당하게 넣어 찐 것인데 과연 감자의 맛이 최고이다. '감자의 담백함 + 밤의 푸슬푸슬한 식감 + 껍질의 짠단맛'이 어우러져 정말 먹을만 하다. 성공이다.
테라스에서 본 늦은 오후 창밖 내가 좋아하는 햇살 풍경이다.
내일은 자모라(Zamora)로 떠난다. 오후 1시 버스라서 시간은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