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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Jun 23.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87)

- 마드리에서의 휴식(1) -

 토요일 아침은 카페들이 10시는 되어야 열기 때문에 그전에 동네에서 아침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돌아다니면 여는 곳이 있겠지만 우리는 버스를 타고 그란 비아 거리로 나와 버린다. 그란 비아에서 이 시간에 여는 곳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귀국하기 위해 몇 가지 쇼핑할 것도 있다.


 그란 비아 거리에 내리니 시간이 조금 이르다고는 하지만 텅 빈 느낌이다. 4월의 그 많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PANs라는 가게에 가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나니 그 건너의 ‘Casa del Libro(서적의 집)’가 열었다. 큰 딸이 사 오라는 책들이 있어 들어간다. 큰 딸은 20여 년 전 스페인어 자격시험인 DELE 초급을 통과했다. 그런데 사용을 하지 않다 보니 많이 잊어버린 것 같은데 다시 공부를 하고 싶은지 교재를 부탁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여 교재를 구입한다.



 아내는 여름옷을 사라(Zara)에서 보아둔 것이 있다며 그쪽으로 가자고 한다. 여행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쇼핑을 할 수가 없다. 짐 부피가 커지니 무엇을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제 귀국을 해야 하니 자식들에게 작으나마 선물을 하나씩은 사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과거에 봐놓았던 것을 챙기러 가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마드리는 여름 세일에 들어갔다. 30~50% 세일 광고가 보인다. 아내는 사라 옷을 3~4개 구입한다. 60여 유로 정도 나온다.


 다시 카스테야노 대로에 있는 엘 코르테스 잉글레스에 지하철로 간다. 내가 6월 6일 레온(Leon)의 이 백화점에서 핸드폰 보호 유리필름을 구입했다. 이때 판매원이 가격을 잘 못 입력해서 초과 금액을 돌려받았는데 아직 내 계좌에 입금이 되지 않았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백화점의 소비자 클레임 사무실에 들렀다. 영수증을 모두 보여주니 검토해보고 난 뒤 백화점에서는 환불승인을 해 주었는데 카드회사에서 입금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귀국하면 백화점에서 승인한 환불코드를 이용해 환불받으라고 한다. 설명을 들어보니  논리적으로 맞다.


 아내가 딸과 며느리 신발을 선물로 구입해 주겠다며 캠퍼(Camper) 가게에서 물건을 고른다. 부피가 있지만 30% 세일을 해서 다행이라고 한다.



 백화점에서 나와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백화점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내가 20여 년 전에 이곳에서 근무할 때의 그 규모가 아니다. 3~4배는 더 커진 것이 아닐까? 이 일대 건물들이 모두 백화점이다. 여름 세일에 토요일이어서 사람들이 아주 많다.



 백화점 부근의 VIPS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 목도 마르고 화장실도 가야 하는데 돌아다니다가 눈에 보여서 들어갔다. 점심을 먹고 나니 피로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의 걸음 수가 9 천보가 넘는다. 하체가 무겁다.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쉬기로 한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씻고 난 뒤  잠을 잤다. 오후 7시 못되어서 일어났더니 아내가 배가 고프다고 한다. 나는 배고픔을 잘 참는데 아내는 먹어야 한다. 저녁 먹으러 나가기는 싫고 가까운 동네 슈퍼에서 먹을 것을 사 오면 좋겠다고 한다. 옷을 가볍게 입고 과일 등 식품을 사가지고 오는데 비가 올 것 같이 날씨가 잔뜩 흐리고 바람이 분다. 일기예보를 보니 비는 없다.



 이번의 투숙호텔은 대로에서 안쪽으로 들어온 주택가에 있다. 주변이 조용하다. 4성 호텔인데 부족함도 그리고 지나침도 없는 편한 분위기이다. 며칠 편하게 보내는데는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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