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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Oct 11. 2022

소비자들 그리고 소비시장

 중남미 소비 시장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소비 시장과 매우 유사하다. 전체 시장 규모와 구매력이 성장함과 동시에 시장 세분화도 진행되며 점점 세련되어가고 있다. 


 한편 중남미 개별 국가별로 특화된 시장 특성도 현지 문화의 영향을 받아 뿌리 깊게 형성되어 유지되고 있다. 중남미 진출 기업들이 현지 시장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


 21세기 들어 중남미 소비 시장은 그 규모가 커졌는데  이는 역내 전체적으로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빈곤이 감소한 것에 기인한다. 또한 기간 중 경제 자유화, 글로벌 경제 편입, 도시화, 정보화와 네트워킹 확대 등도 소비시장이 보편적인 특성을 가지며 수요를 창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인종(race), 민족(ethnicity), 지리적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시장 환경은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반면 장애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중남미는 세계 총생산의 7%를 담당하며 1인당 국민 총소득(GNI)은 9,000불(2013년)이다. 인구는 581백만 명(2013년)으로 세계 전체 인구의 8%를 차지하고 있다. 개별 국가별 시장은 196 백만 명의 인구를 가진 브라질과 같이 시장 규모가 큰 국가로부터 4 백만 명의 파나마와 같이 그 규모가 작은 국가까지 다양하다.


 인구 성장률은 최근 10여 년 동안 감소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일차적으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과 멕시코의 출산율이 과거보다 줄어든 데 원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내 전체 평균 인구 성장률은 1.1%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79%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중미와 안데스 국가들의 인구 밀도는 역내 다른 지역보다 높다. 가구별 구성원 규모는 평균 5명으로 저소득 계층일수록 구성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엔 중남미 경제위원회(ECLAC)는 2030년에 중남미 인구가 661백만 명에 이르고 국내 총생산 15조 불에 구매력이 3.7조 불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중남미 상품 및 서비스 시장에 많은 미래 기회가 잠재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브라질과 멕시코가 중남미 전체 시장의 60% 이상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경제권으로 역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국내 총생산 비중은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멕시코는 중남미 두 번째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역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국내 총생산 비중은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페루를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21세기 들어서며 일차 산품 호황기가 길게 지속되자 역내 자원 보유 국가들은 기간 중 새롭게 중산층이 늘어나고 빈곤층이 감소해 부의 불평등 배분 상황이 다소 개선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참고로 세계은행이 정의한 중산층은 2009년 기준 일당 가구별 소득이 구매력 평가 기준 10~50불로 4인 기준 가구소득이 연 14,600~73,000불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중남미 경우 중산층 하한선이 총인구의 68%이므로 중산층 규모는 전체 인구의 30%에 해당한다. 68%에 해당되는 중산층 이하 계층은 일당 가구별 소득이 4~10불의 빈곤층과 4불 이하의 극빈층으로 나뉜다. 


 중산층은 칠레, 멕시코, 브라질,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에서 점점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새롭게 형성된 중산층은 대부분 도시에 거주하며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민간 부문에 고용되어 있다. 이들은 빈곤 그리고 극빈 계층의 믿음과 주장을 공유하며 연대하고 있는 등 역내 전통적 중산층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단 이들의 빈곤 그리고 극빈 계층과의 연대는 개별 국가의 정체성에 따라 조정된다. 예를 들면 콜롬비아 중산층은 멕시코나 칠레 중산층보다 빈곤 그리고 극빈 계층의 믿음과 가치를 더 많이 공유하고 연대하고 있다.  


 중남미 중산층의 확대는 자동차, 전자제품, 통신기기 및 서비스, 보건의료기구, 레저용품, 기타 내구재 등에 대한 소비수요 확대를 가져왔다. 


 일차 산품 붐 시기를 맞아 역내 중산층이 늘어나고 빈곤이 개선되었으나 소득 불평등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3인 165~170 백만 명이 일당 4불 이하의 극빈 계층에 속해있다. 다만 그 수준은 개별 국가별로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면 중미의 코스타리카는 20% 수준인 반면 온두라스는 62%에 이르고 남미에서 칠레는 14%인데 볼리비아는 51%에 달하고 있다. 일당 10불 이하 계층 즉 연평균 소득이 3,650불 이하 인구 규모는 약 4억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남미 소비시장에서 피라미드 최하위 계층에 속한 극빈 계층이 중요한 것은 이들의 소비 성향과 시장 잠재력에 있다. 우선 극빈 계층은 사랑과 소속감으로 대변되는 가족 중심의 소비 성향을 보이며 현재적 소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 계층은 계층 상승 욕구를 가지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며 전체적으로 젊은 세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 이 계층은 계층 상승에 따른 소비 확대가 크게 기대되는 잠재 시장이다. 


 세계 자원 연구원(WRI)의 연구 결과(2010)에 따르면 피라미드 최하위 계층 소비형태는 세련되고 감각적이며 기술 적응성이 높다. 브랜드 제품이나 서비스 가치를 중요시하고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으며 실제로 이 계층의 70%가 브랜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 계층이 빈곤 때문에 소비 행위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자리하고 있다. 현실적인 소비시장에서는 신용 카드를 활용한 금융 기관의 소액 대출 시스템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 


 피라미드 최하위 계층의 소비에서 구매 상품 우선순위를 보면 식품, 에너지, 주거, 교통 등이며 보건 의료, 통신, 수도, 의류, 교육, 오락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하위 계층 소비시장은 그 규모도 크고 수익성도 높으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모바일 연결성이 확산되어 소통 장애가 감소되고 있는 현재의 환경 속에서 이 계층이 형성하는 소비 시장에 효과적 대응을 위한 방안을 혁신적으로 구상할 필요가 있다.


 중남미 소비자들은 young, urban, family centered, affectionate, warm,  traditional, conservative, religious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개별 국가별로 지리적, 문화적, 경제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 특성도 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중남미에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인구 비중이 국가별로 다른데  양 세대 간 서로 다른 문화적 가치관의 차이로 국가별 소비 특성도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또한 언어와 인종 구성에 따라 국가별 소비 특성이 다르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여타 국가들과 다른 문화적 배경이 소비 특성에 반영되어 있다. 멕시코, 중미, 안데스 국가의 인디오 원주민, 콜롬비아, 브라질, 카리브 국가의 아프리카 이주민 후손 등의 인종적 배경도 역내 소비 특성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개별 기업은 중남미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내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공통적인 소비 특성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각 국가 별로 특화되어 형성된 현지 소비 특성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남미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원동력의 영향을 받아 생활 방식과 소비 형태를 새롭게 바꾸어 왔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전통과 관습에 매우 충성스러운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중남미 소비자 시장 마케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을 해소하고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는 개인주의와 공동체 주의 간의 모순을 조화해야 한다. 중남미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공동체 가치를 지키는 것과 개인주의적 성향을 따르는 것 사이에서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가족, 이웃, 친구 들 간에 강력하게 형성된 전통적인 공동체 가치관은 자립과 자존에 바탕을 둔 개인주의적 가치관보다 개인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중남미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가족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해 상품 구매에 있어서도 가족 전체를 고려한 구매 행태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소비자들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차 개인 취향이 반영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욕구를 가지고 구매 결정을 하는 경향을 보여주면서 전통적인 공동체 집단주의적 소비 특성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남미 가구의 구성원 규모가 점차 감소하면서 더욱더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대도시 전문인 계층들을 중심으로 1인 가구 수가 증가해 핵가족화하면서 이러한 소비 특성이 더욱 강화 추세에 있다. 그 구체적인 증거로 냉동식품, 소형 포장, 1회용 즉석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구매 장소에 대한 선호도 변화하고 있는데 대가족 구매에 적합한 대형 슈퍼마켓보다는 주거지 근처의 소형 상점을 선호되고 있다. 


 둘째는 회의주의(skepticism)와 신뢰 모순(trust contradiction)인데 중남미 소비자들은 대부분 범죄와 폭력, 부패, 국가와 기업의 투명성 부족 등 부정적 환경 속에서 지내오며 깊은 불신 의식을 뿌리 깊게 가지고 있다. 역내 정권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앞서 언급된 부정적 환경이 본질적으로 개선되지 못해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 결과 중남미 소비자들은 위험 회피 의식이 매우 강하며 불확실성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높다. 여론조사기관인 닐슨(Nielson)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물품구매 정보원으로 가장 신뢰하는 것은 개인의 인적 접촉이라고 응답했으며 그다음으로 잘 알려진 웹 사이트로 나타났다. 


 중남미 소비자들은 구매의사를 결정할 때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가장 신뢰한다. 또한 잘 알려진 웹 사이트나 방송 등 사회 통신망의 평가나 등급에 대한 의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투자기업이 중남미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않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빠르고 안이함 그리고 복잡함에 관한 것이다. 중남미에서도 느린 일상생활 문화가 사라져 가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빠른 일상생활이 일반화되고 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남미 소비자들은 부족한 시간을 메꾸기 위해 온라인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하거나 구매를 하는 등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뱅킹이나 온라인 구매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 앞으로 소비 행위의 주류가 되고 있다.


 넷째는 능동성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점점 강해지고 디지털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남미 소비자들은 객체적 지위에서 벗어나 주체적 지위를 가지고 소비에서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한 이들은 일상적 소비 생활에서 차량이나 자전거 공유 서비스 등과 같은 협업적인 상품 및 서비스 수요와 모델을 만들어 냈다.  


 또한 중남미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자연환경이나 생활의 질을 개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과 자신감은 소비 행위를 넘어 부패, 폭력, 비윤리적 행위, 권력 남용, 민주주의 부재 등 사회적 이슈들에 소비자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였다. 


 소비자 적극적 행동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이슈들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해결되거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나 곧바로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해 이들의 적극적 행동양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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