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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수 Nov 17. 2019

입춘(立春)

                                                                                                                                                                                                                                                              

오늘은 24절기 중 첫번 째 절기인 입춘 (立春)이다.

절분은 계절이 바뀌는 날을 말한다.

'철의 마지막', '철이 갈리는 날'이란 뜻으로 한 계절이 끝나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24절기에 있어 첫번 째 절기인 입춘은 봄의 기운이 태동하는 시기이자 새로운 한해의 시작이다.


24절기는 기원전 주(周)나라의 재래 역법(曆法)에서 유래했다.

고대의 재래 역법은 고래로부터 대대로 전해오던 날짜와 시간에 순서를 매기는 방법이다.

농경사회였던 중국은 달을 중심으로 음력을 만들어 날짜를 세었다.

기후의 변화는 농경(農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음력 달력 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태양의 공전 주기를 24등분으로 나눠 24개의 절기를 정해 황하(黃河) 강을 기준으로  

24개의 이름을 붙였다. 

바로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추분, 동지 등... 24절기이다.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24절기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12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됐다.  


고대 역법에서는 입춘이 되면 해가 바뀌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입춘을 기점으로 띠가 바뀌어 음력으로 나이 한 살이 달라진다.

입춘을 새해의 시작으로 생각한 것이다.  

중국을 비롯해 고려와 조선시대 모두 입춘(立春)을 중요한 절기로 생각하여 큰 축하행사를 벌이고, 

입춘첩(立春帖)을 붙이면서 한해의 안녕을 기원했다.


고래로부터 "입춘이 돼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전해내려왔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에 머무는 입춘은 새해를 상징하는 첫 절기이다.

 <고려사(高麗史)> 예지(禮志)의 '입춘하의조(立春賀儀條)'를 보면...

"인일(人日)의 축하 예식과 동일하나, 입춘에는 춘번자(春幡子)를 받는다."고 기록돼 있다.

춘번자란 비단을 잘라서 만든 작은 표기를 말하는데, 고려시대 입춘 때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하던

물건이다.

입춘날 백관이 대전(大殿)에서 입춘절을 축하하면, 임금은 신하에게 춘번자를 주고 이날 하루 

관리들에게 입춘 휴가를 주었다.

              

조선시대에도 입춘(立春)은 국가적인 큰 행사였다.

그래서 열흘 전부터 대대적으로 준비를 했다.

왕은 고위 대신들로부터 입춘 하례(賀禮)를 받았고, 입춘날에는 조정의 모든 관료들이 집에서 쉴 수 

있도록 휴무일로 지정했다. 

또 왕의 비서실 격인 승정원에서는 초계문신(抄啓文臣)과 시종신(侍從臣)들에게 춘첩자(春帖子)를 

지어 올리게 했다.

초계 문신은 당하문관 중에서 문학에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뽑아 다달이 강독과  제술의 시험을 보게

하던 관리를 말한다.

시종신은 임금을 가까이 모시며 국사를 처리하던 홍문관의 옥당(玉堂), 사헌부와  사간원의 대간

(臺諫), 예문관의 검열(檢閱), 승정원의 주서(注書)의 통칭이다. 

승정원에서는 이들에게 춘첩자를 지어 올리게 한 뒤, 패(牌)로써 제학(提學)들을 부른 뒤 운(韻)자를 

내고 채점하도록 했다. 

제학은 규장각의 종일품이나 정이품 벼슬, 예문관과 홍문관의 종이품 벼슬이다.

제학이 가장 뛰어난 글을 뽑아 대전에 올려 임금이 확인하면, 춘련(春聯)을 써서 궁궐문과 기둥에 

붙였다.


또 관상감(觀象監)에서 주사(朱砂)로 사귀를 물리치기 위해 벽사문(辟邪文)을 써서 왕에게 바치면, 

이를 관리들이 대궐 안 곳곳의 문설주에 벽사문을 붙였다.

바로 입춘부(立春符)이다.

이런 왕실 풍속이 민가의 풍습으로 전래돼 민간에서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불교에서도 '마음에 봄이 오면 얼어붙은 마음의 모든 번뇌가 녹아내려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하여 

입춘 행사를 크게 벌였다.


예전에는 입춘 때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이라 하여 매운맛이 나는 싱싱한 나물인 오신채(五辛菜)를 

만들어 먹었다. 

일종의 자극성 있는 모듬나물이다.

지방마다 나물의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주로 파와 마늘, 달래, 부추, 미나리 새순 등을 준비했다. 

5가지 나물은 오행(五行)을 상징하는 색상인 오방색(五方色)과 연관이 있다.

그래서 노란색 나물을 중앙에 놓고 그 주변으로 동서남북 즉 청색과 적색, 흑색, 

백색의 나물을 배치한 뒤 이를 겨자 등의 양념에 묻혀내 먹었다.

또 입춘에는 탕평채(蕩平菜)도 만들어 먹었다.

'탕평채'는 이백여 년 전, 조선 제21대 왕인 영조(英祖)가 당파싸움을 없애자며 

탕평책을 논의했던 날 처음 선을 보인 음식이라 생긴 이름이다. 

탕평채는 녹두묵을 젓가락 굵기로 썰어 참기름과 소금으로 버무려 담고, 숙주와 미나리, 물쑥을 데치고, 

다진 고기는 볶고, 김 부순 것과 달걀 황백 지단은 채로 썰어 가지런히 담은 뒤 새콤한 초장을 뿌려서 

먹었다.


왕이 입춘 때 오신채를 진상 받아 중신들과 나눠먹은 것은 부디 사색당쟁을 타파하고 화합을 이루자는 

깊은 염원과 기원이 담겨있다. 

백성 또한 오신채를 만들어 먹으면서 입춘을 기념하며 화목하게 지냈다. 

오신채에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도리인 오상 즉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다짐하는 깊은 뜻이 깃들어 있다.     

또 입춘날엔 산적과 죽순나물, 죽순찜, 죽순회, 냉이나물, 산갓, 달래나물도 만들어 먹었다.


입춘(立春)은 봄으로 가는 길목이자 한해의 시작이다. 

그래서 고래로부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왕실과 여염(閭閻) 모두 축하행사를 하고, 하루를 쉬면서 

일 년 동안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했다.

입춘축(立春祝)인 입춘첩(立春帖)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

(建陽多慶)'은 "봄이 왔으니 크게 길하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있으라."는 

일종의 축원문(祝願文)이다.


봄을 기다리며 희망의 씨앗을 마음에 품고 추위와 싸우는 것 또한 고된 인생살이에서의 중요한 

수행(修行)이다.

때가 되면, 만화방창한 봄은 반드시 찾아온다.

입춘이 한해의 시작이기도 한 만큼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면서  내일 즐겁게 설날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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