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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이야기 May 30. 2023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제공하려면

월간 인재경영 2023년 06월호 특집 기고문


 HR 관련 주제로 종종 기고 요청을 받게 됩니다. 10년 남짓한 실무 경험으로 어딘가에 글을 쓴다는 것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무언가 남는(?)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작게 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시간을 내어 몇몇 매체에 글을 싣고 있습니다.
 월간 인재경영과는 예전 회사 재직중 참석한 세미나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지금 회사에 와서 우연히 인터뷰 건으로 다시 연결이 되었습니다.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몸 담고 있는 회사의 비즈니스가 채용이어서 그런지 주로 채용과 관련한 주제로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6월호에 요청 받은 주제는 '채용 경험'이었습니다. 구독경제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의 '경험'이 매우 중요해졌죠. HR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경험'이 중요해졌고, '채용 경험'을 관리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채용관리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에서 HR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우리 회사에 지원하신 분들께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주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통해 그동안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짧게 나마 나눌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며, 지원자에게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주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제공하려면


경험의 시대, 채용 시장의 변화


 과거 채용 시장은 수요자(기업)가 우위(employer-driven)에 있는 시장이었다. 특히 이름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개채용에서는 기업이 소위 ‘갑'이었고, 구직자는 ‘을'이었다.

 최근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려는 수시채용이 활성화 되면서 힘의 균형이 공급자(구직자) 쪽으로 이동하였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더 좋은 커리어 개발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대이직(Great Reshuffling) 시대에 접어 들면서
 채용 시장은 완전히 구직자 우위(candidate-driven)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글로벌 채용 기업 MRI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채용 시장이 구직자 우위의 시장인지 기업 우위의 시장인지 묻는 질문에서 2011년 채용담당자들은 54%대 45%로 구직자가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답한 반면, 2016년 1분기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86%대 14%로 구직자가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해진 것이 바로 공급자인 구직자의 경험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채용 브랜딩을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SNS 링크드인(Linkedin)의 2017년 리포트에 따르면 구직자의 75%는 어떤 포지션에 지원하기 전에 기업의 채용 브랜드에 대해서 조사한다고 밝혔다. 2016년에도 55%의 기업은 이미 적극적인 채용 브랜딩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62%의 기업이 채용 브랜딩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했다. 또한 채용 리더들의 80%는 채용 브랜드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있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이렇듯 채용 시장은 구직자 우위의 시장으로 완전히 변화했으며, 구직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들을 제공하는 채용 브랜딩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전세계적인 트렌드이다.



지원자 여정(Candidate Journey)을 고려한 채용 경험 설계


 지원자는 채용 과정에서 일련의 여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여정 속에서 지원자가 겪는 일체의 경험을 채용 경험이라고 말한다. 채용 경험은 채용공고를 접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데, 입사 지원을 위해 여러 정보들을 탐색하고, 지원서를 제출한 후 서류 전형 결과에 대한 통보를 받고,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합격/불합격 안내를 받게 될 때까지 느낀 것들이 모두 채용 경험에 해당된다.

 여정 속에서 지원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기업과 수많은 접점(touchpoints)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때 지원자와 기업의 사람들, 채용 브랜드와 다양한 형태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기업은 이러한 접점에서 무슨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소통하는지에 따라 지원자에게 다양한 경험들을 제공할 수 있다. 지원자가 우위에 있는 채용 시장에서 기업은 지원자에게 채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접점들을 파악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들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출처 : https://www.talentlyft.com/en/blog/article/174/candidate-journey-mapping-step-by-step-guide)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위한 '중요한 순간들(MOI)'


 댄 히스와 칩 히스는 저서 <순간의 힘>에서 개인은 자신이 경험한 특별한 순간들을 오래 기억하고 깊은 의미를 가진 소중한 경험으로 인식한다고 했다.


채용 과정에서도 지원자가 겪는 ‘중요한 순간들(Moment of Impact)’을
잘 관리한다면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

① 친절한 채용공고를 접할 때: “이 회사 매력 있네”

 지원자가 기업과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채용공고 또는 채용 브랜드를 접하게 될 때다. 이 타이밍에는 무엇보다 채용하려는 포지션에 대한 공고 내용이 충실해야 하며, 기업에 대한 정보들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취업 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구직자의 58%가 ‘채용과정에서 입사하기 싫어진 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그중 43%가 입사하기 싫어진 순간으로 ‘근무조건 누락 등 공고가 충실하지 않을 때’를 꼽았다. 기업에 대한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제공하려면 채용공고부터 관리해야 한다.

 요즘에는 채용공고를 확인하면서 기업의 채용 브랜드도 함께 확인하기 때문에 채용 브랜딩 콘텐츠도 함께 신경 써야 한다. 사용자 경험(UX)상 가능하면 채용공고와 채용 브랜드를 한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채용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링크드인의 조사에 따르면 지원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효과적인 채용 브랜딩 콘텐츠는 기업문화이며, 가장 효과적인 채용 브랜딩 툴은 채용 사이트(68%), 온라인 네트워크(61%), 소셜 미디어(47%) 순으로 나타났다. 

 채용 경험 관리를 위해서는 채용사이트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채용사이트에는 채용공고와 함께 기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을 담을 수 있다. 기업의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 구성원 인터뷰 등을 담아 지원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입사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채용 브랜딩에 있어 채용사이트가 필수인 이유는 다양한 브랜딩 콘텐츠들을 확인하고 곧장 입사지원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채용 솔루션으로 각광 받고 있는 ATS(Applicant Tracking System)를 활용하면 코딩 없이도 SNS 블로그처럼 손쉽게 채용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소셜 미디어 채널로는 링크드인, 블로그, 유튜브 등이 효과적이다. 특히 링크드인과 같은 SNS를 통해서는 기업의 다양한 비즈니스 소식들부터 채용, 조직문화에 관련한 내용까지 포스팅하고 주변 인맥들에게 확산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지원자의 구체적인 니즈도 파악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커피챗도 효과적인 툴로 사용되고 있다.


② 기업-지원자 커뮤니케이션: “바보야, 중요한 건 속도라고(배려는 기본)”

 지원자와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문의와 답변, 지원서 제출과 전형 결과 안내, 면접 일정 조율 등의 커뮤니케이션이 대부분 전화나 메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채용 경험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응답 속도’가 중요해졌다.

 지원자 우위의 시장에서는 언제든 다른 기업에 인재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대표적인 ATS인 그리팅 조사에 따르면 인재 쟁탈전이 가장 치열한 IT 개발자 채용 시장에서 채용 경험에 긍정적인 인식을 주는 요소로 ‘빠른 결과 통보’가 66%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수시채용이 활발해지면서 채용담당자가 일일이 지원자와 연락해 면접 일정을 조율하거나 결과를 안내해주는 횟수가 대폭 증가했다. 채용담당자의 리소스는 늘어난 반면, 물리적 시간 제약으로 지원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늦어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그리팅과 같은 ATS에서는 시스템 상에서 간편하게 면접일정을 조율하고 지원자와 메일/문자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채용담당자는 지원자에게 가능한 면접일정 후보들을 여러 개 제공해주고, 지원자는 원하는 일정을 클릭해서 선택하기만 하면 시스템 내에서 조율이 완료된다. 확정된 일정은 바로 면접관의 캘린더에 등록할 수 있다. 

 거의 매일 면접이 진행되는 수시채용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리소스는 대폭 줄이고 속도는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지원자들도 전화보다 훨씬 편리한 방식으로 일정을 선택할 수 있어서 지원자 입장에서 충분히 배려 받고 있다는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줄 수 있다.


③ 면접 경험: 입사 여부 결정에 결정타를 날리는 날

 지원자가 채용 과정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아마도 면접 과정일 것이다. 그만큼 채용 경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는 의미다. 면접을 앞둔 지원자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면접과 관련한 ‘정보’다. 면접관은 누가 참석하는지, 주로 어떤 내용을 물어보는지, 해당 직무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회사가 지향하는 부분과 관련한 정보들이다. 

 대부분 채용 브랜딩 콘텐츠로 제작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면접 안내 메일에 참고할 만한 콘텐츠로 정리해 제공한다면 면접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런 정보들을 종합해 자신이 이 회사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 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힌트를 준다면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에 임할 수 있으며, 지원자를 단순히 평가한다기보다는 함께 일할 수도 있는 좋은 동료로서 대우한다는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

 면접 당일에는 친절하고 환영하는 마음으로 대접해야 한다. 채용담당자의 진심이 중요한 순간이다. 면접 대기 중에는 웰컴 레터 형식으로 잠시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도 지원자의 긍정적인 채용 경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웰컴 레터에는 면접 참석에 대한 감사 인사, 오늘 진행될 면접 안내, 참석하는 면접관, 예상 시간, 응원 메시지 등을 담아 지원자가 보다 배려 받고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에 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면접관의 인간적이고 성실한 태도는 기본이다. 긍정적인 면접 경험을 통해 지원자는 해당 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생긴다.

 면접이 끝난 후에는 면접 경험에 대한 지원자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 불합격한 경우에도 간단한 인터뷰나 설문을 통해 면접 경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참고해 더 나은 면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④ 오퍼와 입사 사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입사 오퍼까지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 후 입사일 전까지 약간의 관리 공백이 발생한다. 채용은 결국 해당 지원자가 입사해야 끝이 나게 되고, 입사 이후에는 계속해서 직원 경험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입사 전까지의 과정도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면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이 기간을 ‘프리온보딩(Pre-onboarding)’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프리온보딩을 통해 정식으로 온보딩이 시작되기 전 다른 기업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고 안정적으로 입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입사 후 진행되는 온보딩 과정에서 소프트랜딩하도록 도울 수 있다. 

 해당 기간 중에는 기존에 재직 중인 회사의 업무는 잘 마무리되고 있는지, 약속한 일정에는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면서 응원 메시지와 선물을 보내주거나, 커피챗을 통해 입사 후 새로운 업무와 미래에 대한 비전, 기대감을 심어주는 방법, 입사 후 사용할 각종 소프트웨어의 계정 생성과 설정 등을 미리 해보도록 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이 지원자를 소중히 여기고 세심하게 케어한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고, 동시에 실제 입사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채용 경험에서 직원 경험으로


 긍정적인 채용 경험은 지속적으로 기업의 채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켈리서비스(Kelly Services)에 따르면,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한 지원자의 95%가 그 회사에 다시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Talentegy의 조사에서는 지원자의 82%가 ‘긍정적인 채용 경험에 대해 주변에 공유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69%는 ‘부정적인 채용 경험에 대해 주변에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SNS를 통한 경험의 공유가 활발해진 시대에 지원자의 채용 경험은 지속적으로 기업의 채용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인재 채용은 결국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지원자의 82%, 긍정적인 채용 경험에 대해 주변에 공유할 것
지원자의 69%, 부정적인 채용 경험에 대해 주변에 공유할 것

 어렵게 채용한 인재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채용부터 퇴직까지의 모든 여정에서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결정적인 순간마다 긍정적인 중요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구성원은 업무에 몰입하며 회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는 결국 일하기 좋은 회사로 능력 있는 우수 인재들을 계속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본 글은 월간 인재경영 2023년 06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abouthr.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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