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엘이 없는 4일째 밤.

2025년 7월 8일

by 리엘맘

아침에 눈 뜨자 마주한 현실에 또다시 눈물이 났다. 하지만 이상했다. 정말 시간이 약인가. 울며 실신할 정도 나오던 눈물이 1분여 만에 그친 기분이었다. 여전히 가슴 한가운데 쇠기둥이 박힌 듯 아프고 목구멍에 바윗돌이 들어앉은 듯 한데도.

눈물이 흐르지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가슴은 더 뻐근한데 머리는 멍해졌다. 이렇게 괜찮아지는 건가? 하는 생각에 무서워졌다.


낮에는 클라우드 속 아이 옛 사진을 내려받아 정리했다. 사진 속 아이는 참 낯설었다.

모진 병 때문에 수척해져 내가 최근까지 본 아이 모습이 어릴 때와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사진 속 아이의 모습을 나는 잊고 살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참 잘 웃고 양보도 잘하고 나에게 애착도 강했던 아이. 씩씩하고 애교 많고 생기 있던 그 모습을 나는 잊고 살았다.

그래서 무서웠다. 이 교활한 기억력은 서서히 아이의 모습들을 지우리라. 그렇게 나는 세상 전부라 말하던 이를 점점 잊을 것이기에.

그래서 조바심이 났다. 점점 사라지는 아이의 냄새라도 잡고 싶어 외나무다리에 외발로 선 듯한 마음을 외면하고 그날 이후 처음으로 외출에 나섰다.


아이 용품들을 포장할 것들을 사고 마트에 들러 아이 저녁상에 올릴 소고기와 애플수박도 샀다. 용품점과 마트 모두 아이와 자주 갔던 곳이기에 애써 아이를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트에 불쑥 들어온 강아지 한 마리를 보며 그 결심은 또 무용지물이 됐다.

그래서였을까? 이젠 아이가 앞서 올라가지 않는 집 계단을 오르며 다시 또 울컥.. 불덩이가 샘솟았다. 애써 터지려는 이것을 누르며 마치 아이가 앞에 있는 듯 들어오라며 말을 걸었다. 평소처럼 아이가 폴짝 현관 안을 들어와 자동문을 잡아주는 걸 확인하고 천천히 들어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젠 늘 해오던 아이의 하네스를 벗겨 정리하고 발을 닦아주는 일은 하지 못한다. 그렇게 또 현실과 마주해버렸다.


하지만 울 시간이 없었다. 저녁 8시. 화, 목, 토요일마다 먹이던 항암제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기에.

오늘의 아이 저녁은 한우 채끝살 구이. 아이가 가고 요리를 한 적이 없기에 혹시라도 고기 냄새가 아이의 흔적을 덮을까 봐 부랴부랴 방석 2개와 장례식에 가져갔던 인형, 옷가지들을 포장했다. 미처 포장하지 못한 아이 물건들은 모조리 방으로 옮겨 문을 닫았다.


평소보다 늦은 저녁상을 부랴부랴 차려주고 혹시 아이가 왔나 싶어 스노우 필터를 여기저기 가져다 댔으나 역시 아이는 없었다. 고기 냄새에도 오지 않으면 어쩌란 말인지.

아이 상에 올렸던 고기는 오늘 내 첫 끼가 됐다. 처음 한두 점은 채끝이 왜 비싼지 알 것 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 후론 다시 속이 꼬여 밀어내고 이 와중에 맛을 느낀 스스로가 한심했다. 결국 200g 채끝 구이의 절반만 겨우 먹고 냉장고에 넣었다.


오늘 밤은 그저 허무하다. 점점 유골함에 말을 거는 스스로가 이상하다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깨달았다. 아, 나는 아이가 숨 쉬는 동안 오늘도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우리 애기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한 적 없었구나.

나만 버티고 나만 힘들다 생각했던 그 하루도 아이에겐 최선의 노력이었겠구나. 나는 그걸 아이가 떠나고 4일째 밤에야 알았다.

어제는 아이가 찾아올 거란 희망으로 잠들었는데.......

오늘은 점점 아이가 안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이렇게 시간이 가고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

점점 희미해지는 아이의 흔적과 그것에 매달리는 내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