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3일 늦은 저녁.
나는 어릴 때부터 작은 말 한마디라도 타인이 건네는 말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우~ 요거 참 박쥐 같이 말도 잘하네~"
동네 아줌마들이 조잘조잘 잘 떠든다며 귀여워해주셨을 때, 나는 내가 언변의 마술사라고 생각했다.
"오빠들 따라 나가지 말고 음식 날라! 여자는 쟁반 드는 거다."
명절, 제사 때마다 놀러 나가는 사촌 오빠들 꽁무니를 따라나서면 늘 할머니는 여자는 집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너 연영과 가 봐~ 잘 어울릴 거 같아."
의도하지 않아도 늘 조직 내에서 눈에 띄던 나를 눈여겨보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는 내게 연기를 제안했다.
나는 겨우 들어간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한 학기 다닌 후 부모님 몰래 휴학을 하고 대학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혼자 영연과 시험을 준비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실패였다.
자라오며 들었던 수많은 타인의 평과와 권유, 또 그들만의 잣대는 찬란하게 빛나던 내 빛을 서서히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게 됐다.
나를 할퀴고 지나갔던 많은 말들을 나는 애써 무시하며 괜찮다고 자위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었던 아이를 떠나보낸 후,
처참히 무너지고 나서야 나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조건 없는 사랑과 강한 지지를 받은 적이 없음을 알게 됐다.
그토록 공허했던 이유.
아이의 부재만으로 남은 삶까지 미련 없이 포기하리라 생각했던 이유.
내게 아이가 하늘이고 세상이고 모든 것이었던 이유는
살면서 유일하게 조건 없이 나를 품어줬던, 내가 강하게 의지해도 됐던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심리상담 선생님은 내가 아이와 강한 분리불안 상태라고 했다.
인정한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면서 아이와 가장 오래 떨어져 있다.
그래서 잘 모르겠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