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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Sep 19. 2023

아비투스를 읽고

계층의 사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아비투스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아비투스의 개념을 처음 만든 부르디외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가치관, 선호, 취향, 행동방식, 습관이 아비투스에 달려있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가?  집에 책이 수십 권 있는가?  책 대신 게임기나 대형 텔레비전이 있는가? 우리의 부모님은 우리에게 근면성실과 상상력, 창의력 중 무엇을 더 격려하고 칭찬했는가? 또한 우리의 부모님은 신문과 책을 읽었는가?  아니면 새벽마다 조깅을 했는가?


어린 시절부터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경험들이 합쳐져 나중에 우리가 무엇을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  또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느낄지 결정한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과 행동은 우리가 어떤 사회적 관계와 배경 안에서 성장했는지 보여준다.


따라서 아비투스는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이다. 아비투스는 우리의 '사회적 서열'을 저절로 드러낸다.


아비투스를 책에선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 7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 7가지의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갖게 되는 축복받은 사람들도 있다. 반대로 소위 '흙수저'로 하류층의 아비투스로 어릴 때부터 불공정한 게임의 삶을 살아야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아비투스는 개개인의 노력에 의해 바뀔 수 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책을 읽은 것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지식자본, 언어자본의 아비투스를 향상하고자 하는 노력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책의 서문에 "포르쉐와 에르메스 백이 겉모습을 매력적으로 꾸며줄 수 있지만 거기서 끝이다. 당신을 타인과 구별 짓는 건 몸에 밴 사상과 태도, 언어와 몸짓이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가끔씩 그런 류의 사람을 보곤 한다.


손목엔 롤렉스 시계를 차고 샤넬백을 어깨에 걸치고 있다. 그리고 벤츠 차량에서 내린다...


만일 우리가 이런 사람을 본다면 본능적으로 높은 계층의 아비투스의 인간일 것이라 성급히 예단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롤렉스 시계, 샤넬백, 벤츠를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과연 그 사람이 상류층 사람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사람은 "과시소비""모방소비"의 중독자일수도 있지 않을까? (롤렉스 시계를 당*마켓에서 구매하여 자신의 부를 자랑하려고 하는 사람도 본 전이 있다. 또한 벤츠를 몰지만 월세를 사는 카푸어도 있다.)


프랑스 철학자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란 개인의 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누리게 되는 일상의 경험이 문화적, 소비적 습성으로 축적되고, 그 결과 그것이 개인의 의식 속에 무의식으로 내면화되고 습관화된 계층적 취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민주적이고 수평적 사회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 어느 시대보다 처절한 카스트와 같은 계급 사회일지도 모른다.


단지 중세 시대와 다른 점은 계급이 혈통에 의해 정해진다기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에 의해 계급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외모(머릿결, 피부, 근육의 탄력도 등), 복장, 직업, 교육 수준, 문화적 취향, 긍정적  사고방식등으로 그 사람의 계급을 추측한다.

즉, 아비투스로 사람을 판단한다.


따라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롤렉스 시계, 샤넬백, 벤츠만으로는 그 사람의 아비투스의 다른 요소  즉,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언어자본은 판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상위 계층의 아비투스는 따라 하기가 가능한 것인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긍정적 대답을 기대하며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수십 년간 이렇게 뜨겁게 불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아비투스는 어떠한가?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성향,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에 대해 아비투스에 기반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갑자기 생각난 사자성어인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말과 아비투스... 참 대조적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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