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준비
너무 떨려서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에서 나고야까지 오는 비행기가 두 번이나 취소되고, 결국은 세 번의 환승을 거쳐 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비행기가 취소되고 다시 티켓팅이 성공하기까지 며칠이 험난했으나, 결국은 되긴 했다.
전쟁이 있는 아랍에미리트로 환승은 하기 싫었고, 베이징에서 갈아타는 일정도 있었는데,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좋지 않아 결국 베이징에서 나고야로 오는 비행기 편이 사라졌다.
30만 원을 더 지불하고 베이징에서 서울로 갔다가, 거기에서 다시 나고야로 올 수 있는 방법이 있어 티켓팅을 했으나, 다음 날 확인해 보니 이번에는 베이징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또 사라지고 티켓이 취소되어 있었다.
남편에게 지혜를 구했더니 인천으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있으니, 인천으로 들어가서 내가 지하철을 타고 김포로 이동해 오는 방법은 어떠냐고 물었고, 나는 제발 그렇게라도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3일간 기다리라는 메일이 왔다.
돌아오는 티켓이 없으면 프랑스로의 입국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티켓이 발권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그 와중에 전쟁통에 어딜 가냐며 말리는 지인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부분을 준비해 온 시간이 있기에 멈출 수 없었고, 막상 가면 순례길 자체는 전쟁과 크게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 나는 딸의 고등학교 입학식과 신학기 개강 준비 등으로 정신없이 바빴다. 바쁜 와중에 위장감기에 걸려 며칠을 고생했고, 큰딸에게서 옮아 둘째 딸에게까지 전염시켰다. 나도 아픈데 병간호까지 해야 했다.
5년간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한순간 벌어진 어떤 일로 기분이 상해 퇴사 의사를 밝혔다. 빠른 결정이었지만 속이 후련했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일어나는 기분 나쁜 일이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숙제를 해치우게 되는 절호의 기회가 되어 주었다.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인지 퇴사라는 큰 일도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진다.
그냥 나는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그 상태가 디폴트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내일도,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계속 미친 듯이 바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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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물건은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
먼저 다녀온 언니로부터 몇 가지 지령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큰 사이즈의 물집밴드를 가져가라는 말이었다.
언니는 발목 쪽으로 엄청난 물집이 잡혀있었다.
사진을 보니, 안 살 수 없었다.
짐이 늘고 또 늘어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