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꿈
수없이 많은 길 가운데 내가 선택한 길은 예술을 향한 곳이었다.
고흐의 삶을 사랑했고 그의 예술관을 동경하며 그가 걸어간 발자취를 자주 따라다니곤 했다. 고흐는 가난했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쳤다. 진정 예술이 무엇인지 난 고흐를 통해 배웠다. 나도 내 삶의 한 부분을 도려내고 걸어갈 자신이 있을까. 하지만 이미 난 내가 선택한 길을 가고 있었다. 평범한 삶을 포기한 채 말이다.
첫 개인전을 준비하며 그렸던 작품이다. 6개월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볼펜을 수없이 굴리며 겹치고 또 겹쳐가며 그렸다. 마치 수행의 길을 걷는 것처럼 끝이 없었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그리느라 완성이 되지 않아 전시 디피하러 가는 날 아침까지 그렸었다. 마침내 볼펜을 내려놓고 어찌나 서럽게 울었는지 모른다.
이 작품은 정말 공도 많이 들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합판과 각목을 직접 구입하고 자르고 붙여서 판넬을 짰다. 그 위에 종이를 붙이고 젯소를 바른 후 볼펜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내 키보다 훨씬 컸으니 사다리를 이용해서 올라가 그리고 다시 내려와 확인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완성했던 작품이다. 당시 2층 사무실을 작업실로 사용했는데 옆 사무실에 근무하시던 분들이 화장실을 가려면 내 작업실을 거쳐 가야만 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 그림을 그리던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봐 왔던 터라 아마 지금도 당시를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다. 말이 없는 가운데 정적이 감돌고 서걱대는 볼펜 소리만 침묵을 깨고 있었다. 그렇게 지나온 나의 삶은 거대한 해바라기로 완성이 되어갔다. 말로는 차마 다 내뱉지 못할 나의 이야기들이 해바라기의 잎사귀 하나하나의 잎맥 사이로 새겨져 들어갔다. 숱하게 방황하면서도 여기까지 잘 왔구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그림을 마무리하고 볼펜을 놓으면서 서럽게 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2020년 겨울에 화장하여 아크릴 박스에 고스란히 담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