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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작가 Jan 16. 2024

길을 가다

길 없는 길

길과 나무가 하나가 되었다.


길 없는 길_종이에 볼펜_53x33_2008


이 작품은 길 끝에 서 있는 나무다. 온전하게 나 자신으로서의 꿈과 희망을 담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나의 길을 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와 염원이 담긴 작업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길 없는 길'을 선택하게 된 나의 동기이자 진정한 '길'이 되어 버렸다. 


초기에는 한그루의 나무가 길 끝에 서 있는 작품이 많았다. 고독하고 강직한 내가 나무가 되어 서 있다. 언제부터인가 모를 스스로 선택하고 걸어온 길이 관념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며 이 길을 걷게 해 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버지의 아픔과 부재에서 온 아련한 그리움 탓인가. 가난이 준 의지 탓인가.   


당시에는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없었다. 지금은 작가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기법이나 매체를 활용하지만 그땐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볼펜으로 그림을 그린 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회화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부정적인 반응과 재료가 새롭고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마치 극단적 양립처럼 날을 세웠다. 그래도 첫 개인전을 치르면서 큐레이트들의 눈에 띄어 초대전을 두 번이나 연이어 받았다. 


어떻게든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나에게 실낱같은 희망은 그랬다. 물감이 없어도 종이가 없어도 그림은 그릴 수 있다고 믿었다. 모두가 반대하는 길을 고집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한낮 부유한 자들의 취미 같은 거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었다. 나의 반항과 자존심 따위를 그때는 감히 서슴지 않고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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