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동안 시만 지으며

오랜 그리움이야 잊지 못한다 해도

by 삼이공

살아가는 동안 시만 지으며





햇살 잘 받는 한적한 곳에

아늑한 카페를 차리고

커피 향 가득 풍기는 실내를

세상의 모든 시집으로 채우고 싶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들이 하늘거리고

하늘은 투명하게 빛나는 어느 오후에

낡은 나무문을 열고 들어오는 봄바람에게

봄볕에 구운 사랑시 하나 선물하여

그대 언 가슴 데울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동안 시만 지으며

봄 햇살처럼 맑게 살아도

참 좋을 것 같은데.


싱그런 잎사귀가 푸른 어느 여름날,

오랜 장마 끝에 젖은 옷깃을 털어내며

느닷없이 쏟아지듯 급히 들어오는 소나기에게

가장 아름다운 추억들로 엮인 시 하나 선물하여

당신의 괴로움 덜어낼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동안 시만 지으며

푸른 바다처럼 넘실거리듯 살아도

참 좋을 것 같은데.


붉게 물든 잎사귀 따라

커피 향 익어가는 어느 가을 저녁,

툭 떨어진 홍시처럼 불쑥 찾아온 그리움에게

당신 떠올리며 익힌 시 하나 선물하여

나의 마음이 다시 당신께 가닿는다면

살아가는 동안 시만 지으며

은행잎 물들 듯 노랗게 살아도

참 좋을 것 같은데.


무너진 내 마음 위로

하얀 눈꽃송이 펄펄 내리는 어느 겨울 새벽,

외로움을 피해 들어오는 눈사람에게

아직도 당신 못 잊어

아무 때고 흘리던 눈물들 모아

따뜻하게 구운 시 하나 선물하여

당신도 날 따뜻하게 기억해 주신다면

살아가는 동안 시만 지으며

첫눈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도

참 좋은 것 같은데.


그렇게 시만 짓다 보면,

오랜 그리움이야

잊지 못한다 해도

오백 년은 금방 흘러갈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