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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스레 Aug 20. 2020

1. 흔한 건강검진의 끝이 응급실이라구요..??

건강검진의 순기능


Love myself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6살 초여름, 자비를 털어 건강검진을 조금 디테일하게 받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운동을 쉬어서??), 종종 숨이 차고 어지러울 때가 있었고 (마스크 착용 땜시??), 원인모를 멍이 자주 들었기 때문 (너무 덜렁대서??)이었다.


코로나 탓을 해야 할지 30대 중반에 들어서니 건강 좀 챙기쇼!라는 신호인지 궁금했다. 그럼에도 ‘역시나 건강했네’라는 검증을 받고, 안심하고 싶었다.


대장내시경 알약 (물약보단 알약으로 추천!!),  검사일 6/25


혈액검사 (검사항목을 몇 가지 더 추가함), x-ray, 유방 초음파, 갑상선 초음파, 위/대장 내시경 검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었고, 용종 1개가 제거되었다.

일주일 후 종합 결과를 받아볼 예정이기에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 급하게 호출을 받았다.


혈액검사 결과에서 일부 정상범위를 심각히 벗어난 위험 수치들이 발견되었고, 조속한 정밀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했다.

근처 강동 경희대 병원 응급실에 연락을 취해놓았으니, 당장 가보라며 진료의뢰서와 혈액검사 결과지를 (아래) 다급히 손에 쥐어주셨다.



* 혈소판 (PLT) : 9,000 /ul

(성인 정상범위 : 150,000~400,000/ul)


* 혈색소 (HB) : 6.0g/dl 

 (성인 여성 정상범위 : 12~15g/dl)


* 백혈구 (WBC) : 2,560/ul

 (성인 정상범위 : 4,000~10,000/ul)


(출처: 구글)

*혈소판 : 출혈이 일어날 때 혈액을 응고하게 하여 지혈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혈색소 (헤모글로빈) : 적혈구의 주요 성분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수행. 혈중 혈색소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알 수 있는데, 체내의 적혈구 생산 감소, 파괴 증가 또는 출혈로 인해 혈색소 수치가 낮아지면 조직에 산소 운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백혈구 : 백혈구는 혈액 속의 혈구 세포 중 하나로서 혈액과 조직에서 이물질을 잡아먹거나 항체를 형성함으로써 감염에 저항하여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받아본 검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 없는 무지렁이는 구글링도 해보고 유튜브에 찾아보았다. 다양한 “혈액 검사 결과지 해석법” 영상들도 참고했다.

나의 경우, 혈소판 수치가 15만~40만 정상 범위를 벗어나 2만 이하로 감소되면서 자발 출혈로 온 몸에 멍이 들었고, 위험한 수준의 빈혈이라 어지럽고 호흡곤란이 생긴 거였다.

게다가, 홀랑 까먹고 병원에 이실직고하지 않았던 결정적 전조증상이 있었다. 혈소판 부족으로 지혈이 안돼서 하혈 수준이었던  “마지막 달 생리양 과다 증가”다.  

여성에게 갑작스러운 생리양 변경은 (늘든 줄든)  건강 악화의 바로미터 인지 몰랐었다. ㅠㅠ


온몸에서 시그널을 보내고 있음에도 건강 부심 가득한 이 30대 여성은 알아채지 못했다. 뭐,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나이, 성별을 떠나 갑작스럽게 닥칠 병마를 예상한 사람은 흔치 않고, 보통은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몰랐어”하곤 하니까. 이래서 검진이 필요하다.


이번에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치료가 조금만 늦었다면 신장이 망가질 뻔했고, 신장(콩팥) 이상은 치명적이라 한번 망가지면 회복 불가라 했다.  

또, 만약 뇌출혈이 있었다면 지혈이 되지 않아 위급한 상황이었다 등등 살 떨리는 여러 팩트들을 알게 되었다.



여지껏 응급실에는 실려오는 줄만 알았다 ;;


건강검진 당일, 진료의뢰서와 검사 내역서를 들고 제 발로 강동 경희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서둘러 입원 수속을 밟았고, 지체 없이 입원복으로 환복 하였다. 팔뚝엔 굵은 바늘들이 꽂혔고, 혈소판 수혈이 시작되었다.

병원에선 혈소판 감소/빈혈/백혈구 감소라는 복합적 상황에 대한 원인 파악이 쉽지 않으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을 예상했다. 골수 검사도 진행될 예정이고, 계속 수혈 받으면서 수치를 계속 올려보자 하셨다.


응급실 베드에 누워 겁을 잔뜩 집어 먹기도, 한숨이 절로 튀어나오기도, 어이없어하기도 했다.

폰으로 ‘혈소판 감소증’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갑자기 연예인 SNS를 보다 쿠팡에서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었다. 네??

아무래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입원 첫날, 대혼란 속에서도 크게 깨달은 다섯 포인트가 있다. 앞으로 만날 30대들에게 꼭 공유할 것이다!!


1. 큰 병들의 전조 증상은 몹시 사소하다. (잦은 어지러움, 속 쓰림, 두통, 체력급저하 등)   

2. 여성들에게 생리양 이상은 건강 악화의 결정적 시그널이다.

3. 산부인과랑 친해져라.

4. 30대에도 구체화된 건강 검진은 필수다. (유방/갑상선/위/대장 등)

5. 외래 진료 예약이 꽉 차서 당일 진료가 어려운 상황에 찾아가는 곳이 응급실이기도 하다. 응급실을 어려워 말라.



하지만, 첫날엔 진짜 진짜 몰랐다.

이토록 기나긴 투병생활이 시작될 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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