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 in 아산병원
옆방에서 터진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1인실 병동을 옮겨 격리되었다. 방문 밖으론 의료진들의 다급한 발자국 소리만 들리고 고요했다. 당최 분위기 파악이 안 되니 아산 병원 소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접했다.
아산 병원에 첫 확진자가 나온 9/2일부터 2주간 코호트 (동일 집단) 격리 란다. 세상에 마상에.
격리가 시작되고는 의료진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업데이트 해준 내용들이다.
- 병실 밖 출입 금지 (CCTV 촬영됨)
- 식사는 일회용 용기에 제공
- 코로나 검사는 이틀에 한번
- 일부 진료 중지, 약물 치료로 전환
변동에 따른 나의 상황은 이러했다.
병실 밖 출입금지 : 1인실에 입실하자마자 "CCTV 촬영 동의서"를 전달받았다. 놀라서 천장을 올려보니, CCTV 가 이미 'on 상태'였다. 감시용 카메라를 의식을 하게 되면서 초반엔 혼자 뻘쭘하게 트루먼 쇼를 찍었는데, 나중 되니 안중에 없어 생리현상 다 텄던 거 같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 중에 방귀를 뀌는 출연자를 보고 뜨악했는데, 이제 이해가 간다. 갇혀있으니 당연히 답답하긴 했는데, 옆 옆방 남자 환자분이 폐쇄 공포증으로 발작증세가 일어나 탈출 소동도 있었다 (탈출은 당연히 못함). 여러모로 난장이다.
식사는 일회용 용기 : 삼시세끼 일회용 용기에 담겨 제공되었다. 얼결에 격리되어 준비된 간식도 없었기에 몹시 소중한 도시락이었다. 병실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는 의료 폐기물 쓰레기봉투에 일괄 버려야 하니 더욱 싹싹 긁어먹었다. 방대한 쓰레기 양에 매번 죄책감이..ㅠ
코로나 검사 : 코로나 검사 결과는 음성이 나왔으나, 이틀에 한번 꼴로 재검을 받았다. 유경험자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검사, 코로 냅다 꽂히는 면봉과 순식간에 찾아오는 알싸한 매운맛 고통 으으으ㅜㅠ. 의료진 포함 확진자가 11명까지 늘어난 상황이라 수시로 코가 뚫린 들 잠자코 협조했다.
일부 진료 중지, 약물 치료로 전환 : 가장 논란이 되고, 핵심이 되는 항목이다. 병실은 초만원이었고 특히 중환자실은 자리가 없다. 위급한 중환자들을 제외하고 코호트 격리된 7~8층 혈액암 병동 환자들은 항암치료가 일시 중지되고 약물 치료로 대체, 나 역시 별안간 '혈장교환술'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격리 첫날 교수님이 의료용 전신 방호복을 입고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회진을 오셨는데, 안경에 김이 서려있어 교수님의 표정은 보기 어려웠지만 목소리는 근심톤이었다. 혈장 교환술을 2주가량 받지 못할 예정인데, 혈액 수치들이 잘 버텨줘야만 한다.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여태껏 치료는 물거품 에효효.
아산 병원에 근무하는 지인이 얘기해 주길 최근 암 치료는 2차 병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여 3차 병원으로 넘어오는 환자가 줄어드는 반면, 암보다는 완치율이 더 낮은 '뇌/혈액/자가 면역 질환'쪽의 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병원 측에서도 세 분야로 의료진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라 했다. 또한, 3차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연령대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20~30대 환자들 중 특발성 자가 면역 질환이 도드라지게 늘고 있다고 했다. 그중에 네가 꼈냐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병실이 부족한 병원에서 오히려 퇴원을 권할 수 있으니 버티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제 재입원은 거의 불가능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oops.. 지인은 뼛속부터 이과생. 웅장한 위로와 팁에 감수성 풍만한 문과생 얼어 죽을 뻔ㅋㅋ. 나중에 MBTI를 물어보니 역시나 나와는 단 한 개도 맞지 않는 ISTJ 형 (현실적/논리적/모범생...).
그래, 여태껏 해왔듯 버티고 기다려보자.
격리 기간 동안의 치료 중지는 어쨌든 '모 아니면 도'의 결과로 도출되겠지.
오전 8시에 업데이트된 혈액 수치를 확인하고, 세끼 꼬박 챙겨 먹는 일이 전부였던 일주일.
격리를 받았던 7일이 나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당시로썬 알지 못했다. 하긴, 건강 검진을 받고 응급실 방문한 그 날부터 몽땅 예측불허 투성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