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IC #19
카페에서 “지잉-” 울리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커피 분쇄기인 ‘그라인더(grinder)’에 홀빈 상태의 원두를 넣고 가루로 분쇄할 때 발생하는 소리인데요. 원두를 분쇄하는 일이 소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할 중요한 작업이랍니다.
원두를 분쇄하는 이유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두 분쇄’입니다. 원두를 가루로 만들어야 커피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커피의 맛 성분은 원두 내부에 있습니다. 원두를 분쇄하지 않고 통째로 물에 적시면 물이 원두 내부를 통과하지 못하고 표면만 훑고 지나게 됩니다. 반면, 원두를 분쇄해 가루로 만들면 커피의 맛 성분을 추출해낼 수 있습니다. 물이 가루 틈새를 파고들면서 원두를 분쇄하지 않았을 때 닿을 수 없었던 내부까지 접촉할 수 있어서죠.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 분쇄도
분쇄된 원두의 굵기는 커피 맛에 큰 영향을 줍니다. 분쇄도가 가늘수록 농도가 짙어지고, 굵을수록 농도가 상대적으로 옅어지죠. 커피의 농도는 물과 원두가 접촉하는 면적과 시간에 비례하는데요. 원두를 가늘게 분쇄할수록 가루의 개체 수도 많아져 물과 원두가 접촉하는 면적이 늘어납니다. 원두 입자의 틈새도 촘촘해져 물이 통과하는 시간도 길어지죠. 반대로 원두를 굵게 분쇄할수록 물과 원두가 접촉하는 면적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단순히 분쇄도의 차이만으로 커피의 맛을 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원두의 종류, 로스팅 강도, 물의 온도와 양, 추출 도구와 시간 등 여러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맛의 차이가 생기죠. 추출 환경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분쇄도를 결정해야 원두에 따른 최적의 맛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원두의 분쇄도는 일반적으로 굵게 / 중간 / 가늘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조미료인 꽃소금 / 흑설탕 / 맛소금의 크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아메리카노에 쓰이는 원두는 맛소금 정도로 가늘게 분쇄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면 추출 시간이 30초 내외로 짧다 보니 물과 원두가 접촉하는 면적을 늘려주어야 맛있는 커피 성분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 분쇄된 원두를 통째로 물에 담가 커피를 추출하는 프렌치프레스를 이용할 경우 꽃소금 정도로 굵게 분쇄합니다. 차처럼 물에 우려내는 방식이라 원두의 굵기가 가늘면 커피의 부정적인 맛까지 과도하게 추출될 수 있어서죠.
알맞은 굵기로 원두 분쇄하기
원두에 알맞은 최적의 분쇄도를 찾으려면 여러 시도가 필요합니다. 원두의 양이나 물의 온도 등 추출 환경을 동일하게 구성한 다음, 분쇄도를 굵게-중간-가늘게 순으로 변화를 주어 맛을 실험해야 하죠. 원두의 종류나 추출 도구가 달라질 경우 새로운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분쇄도를 결정하는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원두 분쇄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카페에서 원두를 구입할 때 바리스타에게 분쇄를 요청해 보세요. 이용하는 추출 도구에 알맞은 굵기로 원두를 분쇄해드립니다. 또한, 구입하는 원두에 따른 유용한 팁을 구할 수 있으니 궁금한 점을 질문해 보세요. 커피와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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