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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g Aug 24. 2015

밤은 무심하게 아름다웠다.

안고 가야 할 것이 조금은 가볍게 여겨진다면


얼마나 걸었을까. 분명 먼 길을 걸어온 것 같다.


뜨겁던 해는 어느새 저버렸고 가로등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제 되돌아가기는 늦었구나 싶었다. 깜깜한 어둠에 점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숨을 한번 내쉬고 올려다 본 하늘은 잔잔하다.


온기는 식었고, 무심하고, 아름다웠다.


사실 너무나 지쳤다고. 이대로 주저앉고 싶지만 걷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들. 엇나가는 표현과 전할 수 없는 것들. 답답함 가득하고 날 선 하루.



누구나 한번 쯤 얘기했을 소원과 넋두리가 이제는 들어주기도 벅차겠지만,

그저 제 모습 그대로만 빛나게 해달라고.


나는 아무런 응답도, 알아줄 이유도 없는 하늘에 한바탕 쏟아냈다.





'꺼내어 놓는 것 만으로도 가슴 한 켠을 비울 수 있다면, 안고 가야 할 것이 조금은 가볍게 여겨진다면.'


작은 위안을 얻는 사이 별빛이 한결 밝게 보인다. 어둠에 적응한 모양이다. 문득 이렇게 단순한 것에 위로를 받은 것이 바보 같아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무게는 여전했지만 조금 더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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