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브런치에 수시로 들어와 다른 작가들의 글을 재미있게 읽고 나갔어도 글을 올리지는 못했는데 그게 벌써 8개월이나 되었단다. 블로그에 올린 나의 소소한 일상들을 보지 않은 구독자에게는 내가 무려 8개월이나 잠수를 탄 셈이 된다. 시간 참 빠르기도 하지.
그러는 동안 브런치에는 몇 가지 굵직한 변화들이 있었다. 3월에 갑자기 새 출발을 하겠다며 ‘브런치스토리’로 개명을 한 브런치가 2주 전쯤에는 ‘응원하기’라는 수익화 제도와 ‘스토리 크리에이터’라는 급 나누기(?) 제도를 덜컥 발표한 거다.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내가 다시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던 시점이었다. 좀 공교롭게 되었지 뭔가. 나는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일단 멈칫했다.
사실 새로 도입된 ‘응원하기’ 제도를 보면서 든 생각은…
‘으으, 드라마틱한 삶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전문가로서도 크게 내세울 것 없는 나 같은 작가는 응원받기는 글렀다’였다. 이게 다시 글을 올리기도 전에, 더군다나 그동안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다면 더더욱 힘 빠지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또 ‘스토리 크리에이터’를 보면서 든 생각은…
‘크으, 이게 작년에 도입되었더라면 나도 어쩌면 저 초록초록한 배지를 받았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아쉬움. 브런치가 ‘작가님의 요즘 관심사가 무엇인가요?’로 시작되는 글 독촉 알림을 내게 줄기차게 보낼 때, 못 이기는 척하고 뭐라도 써서 좀 올릴걸! 지난날이 막 후회가 되면서 배가 아프더라는. ㅎㅎ
그런데 그 후로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오히려 지금이 다시 글을 써 올리기 좋을 때 같았다.
만약 내가 응원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면 내 성격에 응원금이 저렇게나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글쓰기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까 싶은 거다. 안 그래도 부족한 내 문장들은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여전히 부족하면서도 어색하게 각만 잡는 문장들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스토리 크리에이터’가 되었다면… 음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아서 글쓰기가 괜히 어려워질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난 ‘크리에이터’보다는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게 훨씬 따뜻하고 좋다.
그러니 응원 작가도 아니고 스토리 크리에이터도 아닌 나는 앞으로 마음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아니냐는. ㅎㅎ (습관성 정신승리병 또 발동함)
그리하여 마음 편하게 이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는 이야기.
이래 놓고서 나중에라도 배지를 받으면 좋아서 낄낄댈 거면서!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