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맥도날드에서
월요일마다 나는 병원에 간다. 8시 40분에 집에서 나와 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른다. 소시지 에그 맥머핀 세트를 시켜 먹는다. 맥머핀과 해시브라운을 허겁지겁 먹고 난 다음에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창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지다가 9시 10분이면 병원으로 향한다. 이것이 나의 정해진 일상이고 오늘도 마찬가지 하루였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수첩에 잡생각을 끄적거리던 참이었다. 옆 테이블에 한 가족이 들어와 앉았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쯤 돼 보이는 어린애 둘과 엄마 아빠였다. 점심도 아닌데, 맥모닝을 먹으러 나온 일가라니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햄버거를 먹으러 함께 오지 않나?
아빠는 주문을 하러 가는지 자리에 앉지도 않고 1층으로 내려갔다. 아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서로 재잘재잘 말문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다 들리지만 도저히 무슨 얘기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자기들만의 이야기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고 했으나 이내 포기했다. 아이들의 마스크 줄이 알록달록하니 참 예뻤다.
주문하러 내려간 아빠가 다시 올라왔다. 아빠가 자리에 앉으며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의 주의는 바로 아빠를 향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잘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던 아빠는 뭔가 불편했는지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OO야, 니 마스크 목에 걸어, 빨리.”
그러고 보니 엄마와 아빠는 마스크를 목에 걸었지만, 아이 둘은 다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아이가 답했다.
“쌤이 뭐 나오기 전에는 벗으면 안 된댔어.”
“괜찮아, 벗어도 돼. 벗어.”
“안해! 쌤이 벗지 말랬다고!”
아이들은 아빠에게 대들며 음식이 나올 때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누군가는 성악설을 주장하지만, 나는 성선설이나 성무선악설에 마음이 간다. 그 선한 행동을 더 강화시켜주거나 백지에 선을 칠해주는 것이 교육의 할 일이리라. 교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다 교육이다. 그리고 교육은 분명히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있다. 저런 아이들의 교육받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사회를 만들어나간다. 더 나은 사회를, 더 살만한 사회를.
“괜찮아, 벗어도 돼, 벗어.”라는 부모의 말에 가슴 아프고 화가 난다. 하지만 그보다는 “안해! 쌤이 벗지 말랬다고!”하며 아빠에게 반항하는 아이들의 말에 더욱 기쁘고 힘이 넘친다. 분명히 교육이 있기에, 아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더 아름답다. 그리고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