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내 연애는 20대가 끝이었다.
20대 땐 또래 친구들만큼 연애를 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바람 피운 적은 없다.
부끄럽게도 곁눈질은 슬쩍슬쩍 했다.
아내를 사랑하기로 결단한 후, 가장 걱정되는 건 내 자신이었다.
물방울이 다른 물방울과 닮듯, 어쩌면 그보다 더 비슷하게 미래는 과거를 닮아가기 때문이다.
본성은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과거에 일어난 일이 반드시 미래에도 일어난다.
‘몸과 마음은 물론, 생각 하나라도 내 여인을 배신하지 않겠다.’
그날 이후 나는 외간 여자에겐 1초 이상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적군인지 아군인지 정체만 파악하고 시선을 돌린다.
맘스터치에서 감자튀김 살 때도 직원이 여성이면 다른 곳을 보면서 주문한다.
요즘은 키오스크라 참 좋다.
대중 강연을 할 때면 허공을 보거나 초점을 흐린다.
청중들이 쟤는 왜 눈이 풀렸지, 할 수도 있었겠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
나 자신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본성은 스스로를 감추는 기술이 기막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숨어 있던 본성은 야수가 되어 나를 집어삼킨다.
아내에게 한 첫 고백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소.”
내가 먼저 죽는 날, 혹은 아내가 먼저 죽는 날, 아내에게 할 마지막 고백이다.
“나는 생각으로라도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소. 영원히 내 사랑.”
죽어가는 도스토옙스키가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안나, 내가 당신을 뜨겁게 사랑했다는 것을, 꿈에서라도 당신을 배반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줘."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19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