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추천
수십 년 전 서울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제까지 해맑게 '형, 안녕하세요' 했던 신입생 후배가, 학교 옆 고층 아파트에 올라가 몸을 던졌다.
모두에게 충격이었고, 원인을 캐묻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으며, 자잘하게 빌린 돈을 며칠 전 싹 갚았다는 말도 들렸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죽음.
'너를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는 무엇이었니?'
그 아이와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는 장례식장으로 나는 가지 않았다.
남도에서 힘겹게 올라와, 19살 먹은 아들 시신을 부여잡고 절규할 부모의 눈물을, 나는 볼 수 없었다. 그날은 내리는 비마저도 섬뜩한, 그런 날이었다.
우리는 그렇다 치자. 남겨진 부모는 어떻게 하라고. 비겁하고 이기적인 자식.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서 흘러나오는 신음은,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든다. 자식보다 더 많이 살게 된 부모는, 살아도 죽은 것이다.
그러고 수십 년이 지났다. 이 책 한 구절이 나를 그 아이 앞으로 데려갔다.
'자살은 비겁한 자의 출구가 아니다.'(112p)
"자살 생각을 하는 사람은 사느냐 죽느냐에 대한 생각에 매몰되어 괴로워하느라 다른 사람이 겪게 될 고통은 보지 못한다... 자살 생각을 하는 사람은 자살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고 있는 짐을 덜어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살을 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자실을 이타적인 행위,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고통을 끝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108~112)
그래, 그랬구나. 너도 그랬었겠지.
그 아이를 무너뜨린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그는 비겁하지 않았으며 끝까지 주변 사람들을 사랑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그 아이의 엄마와 아빠, 아마도 오늘까지 지옥을 살고 있을 그분들에게 이 글이, 그리고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로리 오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