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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엘 Mar 29. 2024

인간은 정말 개보다 나은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의 수준

죽기 전에 꼭 해야할 일을 ‘버킷리스트’라고 한다. 


어원은 좀 슬프다. 자살할 때 양동이를 차버리는 데서 유래했다. 


어쨌든, 나는 죽고 나서 신께 부탁할 버킷리스트가 몇 있다. 이생에서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이니 그렇다. 


18년간 동행했던 내 아이, 반려견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조를 참이다. 


내가 개가 되든지, 그 아이가 사람이 되어서, 미안하고 기쁘고 슬프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나누고 싶다. 


‘아나’라고 이름 붙여준 고양이도 만나야 한다. 



제주 어느 바닷가에 살 때, 아나는 지친 모습으로 마당에 들어와 울었다. 


그렇게 우리집에서 묘한 동거를 시작했던 아나는 아이를 셋 낳았고, 그 아이들이 또 아이들을 낳았다. 


소가 먹어도 남을 만한 사료도 사서 쟁여놨는데, 이사를 나오는 바람에 그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 



지금까지 마음이 아프다. 나중에 만나면, 참 미안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2016년 7월 교육부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기획관 하나가 기자에게 말한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비난 댓글이 쏟아진다. 


“국민이 개돼지라면 학생들은 교육부가 아니라 농림부에서 관리하냐?” 네티즌


“트럼프조차 감탄하게 만들 거친 발언.” LA 타임즈


“개돼지가 내는 세금을 먹고 사는 기생충.” 소설가 조정래


“국가도 가끔씩 구충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교수 진중권


뇌가 아픈 정치인도 당연히 있다. 많다. 


“조리사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거든. 그냥 어디 간호조무사보다 더 못한 그냥 요양사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생산성 낮은 하급 공무원은 추첨으로 뽑아라.”


“알바 월급 떼여도 신고 않는 게 공동체 의식.”  


간호조무사, 요양사, 조리사, 하급 공무원, 알바생을 개돼지로 보는 발언, 한 여성 국회의원이 던진 말이다.  


왜 저들은 우리를 개돼지로 볼까?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크 부인 엘레나가 말했다. 


“벌레들은 만족을 몰라요. 먹이를 아무리 많이 줘도 소용없죠.”


중국 강주 진씨 집안은 7백여 명이 한 집에 사는 슈퍼 대가족이었다. 믿기 힘들지만 가족 모두 모여야 밥을 먹었다. 그러자 같이 살던 반려견 백여 마리도 한 우리 안에서 밥을 먹었다. 한 마리라도 오지 않으면 아무도 먹지 않았다.


키우는 개도 주인을 닮는다. 소학에 나온다. 


경상북도 구미에 가면 의구총(義拘塚), 의로운 개 무덤이 있다. 술 취해 잠든 주인을 향해 산불이 번지자 온 몸에 물을 묻혀 불 끄기를 수없이 반복한 후 탈진해 죽은 개다. 선비 홍직필이 감동하여 시를 지었다. 


  의로운 개가 목숨 바친 곳 

  가던 길 멈추고 비석을 본다.

  술 취해 잠든 주인은 일어나지 않고

  바람에 번진 불 주인을 태우려 하자

  몸을 던져 주인 목숨 구했네.

  댓가를 바라고 제 목숨 바쳤겠는가? 

  구차하게 사는 인간들

  이 무덤 본다면 부끄럽겠지.


뉴스를 보면, 혹은 거울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인간은 정말 개보다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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