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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요우 Sep 18. 2022

명절단상

밀어내기

  억울함, 당혹감, 부당함, 불쾌감, 분노감, 피로감. 이건 필시 부당한 일을 당한 외국인 노동자가 노무사를 만나 쏟아낼법한 감정에 가까운 단어들의 나열이다. 달력에 별하다고 표시된 날이 다가올수록 느껴지는 나만의 감정이기도 하다.

  거절하면 불효자로 낙인찍힌다는 마음의 불편함이 밀려오고 착한 인간 컴렉스가 발현되는 날이다. 반발하면 한국인의 정서상 크게 위배된다죄책감에 전전긍긍하게 되날이다. 평균적인 생각에서 동떨어진 유별나고 모난 나를 자책하는 날이다. 좋든 싫든 따라야 한다는 강박에 싸이는 날이다. 개인적으로 불편한 감정은 최대한 숨기고 도리와 의무감이 충만한 표정을 끌어올려 하는 날이다.

 이 날엔 비루한 육신디스크가 도지고, 불온한 정신이 스멀스멀 깃든다.


  광막한 어둠연무로 에워쌓인 듯한 버석거리는 삶에 홀로 분연히 맞서본다. 우매한 사고 방식을 바꾸고 비합리적인 명절 문화는 근절하자고 외롭게 외친다. 그럴거라 예상했지만 내 편은 아무도 없듯하다. 바뀌는 것 크게 없다.

 가부장적이진 않더라도 적어도 합리적인 사람인줄 알았던 남편의 생각과 태도를 확인하고는 당혹감이 든다. 실망과 좌절의 감정이 려온다.

 결국은 순순히 결혼 제도로 들어와 기존의 문화에 순응해오던 내 선택과 결정탓이라고 결론을 짓는다. 부지불식간에 여러 역할의 무게를 지게  때문이라는 변명을 해본다. 자아비판과 신세한탄에 이르며 자멸의 마음과 투사의 심리가 널뛰기를 한다.


  구겨진 얼굴로 차에 욱여넣어져 적어도 내게만은 무의미한 연례 행사를 다온다. 장시간 의무으로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잉여 노동으로 애쓰는 수고로움을 감행한다. 상대 집안의 오랜 관습에 잠시 길들여지고 친척이란 이을 가진 타인들의 시선과 질문을 불편한 마음으로 감내한다. 결코 호의이지 않은 관심은 사양하고 밀어내적당히 내두른다.

혹여 배려와 위로, 따스한 관심으로 건네지는 말과 행동에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지 의심의 마음으로 갈팡질팡거린다. 일말의 진심이 묻어난다해도 의무와 책임이란 이름으로 되값아야 할 빚처럼 여겨져 안절부절 못한다.

친밀해질 겨를없이 소원하고 한시적인 분기별 만남 속에서는 진짜 가족이라는 동질감과 결속감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갖춰야할 예의와 도리가 먼저인 것만 같다.


  일상적인 인연의 흐름에서 스친 관계였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를  사람들과 불가피하게 마주하고 때로는 적대시되는 운명의 장난으로 얽혔다. 시댁이라는 이름으로 엮이않았면 부정적인 마음에 휩싸여 감정을 소모하고, 부질없육체 노동을 디지 않아도 되었 것이다. 어도 양쪽 다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렇게 만나지 않았더라면 별탈없이 무던하게 잘 지낼  있었을 것이다.

 내가 덜 개인주의적이고 이타적인 사람이었다면 좀 더 달라졌을까? 그저 서로간 점잖은 거리를 유지하며 지켜보고 소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내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명 뒤 반찬가게에 갔다. 힘겨웠던 잉여 노동을 보상을 요량이었다.

제 돈까스가 놓여 있어야 할 자리가 공백이다. 명절 때 손목을 다쳐서 당분간 수급이 힘들거라는 특별한 사정을 듣게 되었다. 명절의 수고로움은 이곳에서도 흐르고 있구나. 명절이 지나고도 밥벌이위해 전을 부치고, 고기를 볶고, 김치를 담궈야했던 이름모를 그녀를 떠올려보며 고달픈 숙명 대해 생각해다.


  명절 문화 사람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놓여진 관계속박에서 오는 부담과 부당에 가깝다. 나 혹은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무게대한 것이기도 하다. 사회는 바뀌고 있고 개인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지 전통적인 관습은 전하고 계승해야 할 것으로 여겨다. 명절 문화에 대한 시각에 개선의 여지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지만 선변혁이 일어나진 않는다. 옳고 그름을 떠나 불편한 것은 수정하고 바꿔 가야함이 맞지 않을런지.

허드렛일로 치부되 준비 과정, 고된 준비의 과정에서 오는 소외감과 피로도, 결코 평등하지 않은 가족 관계에서 오는 자괴감, 같은 여자 사이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수직 관계,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서로 다른 체감 온도, 답답현실, 답없미래,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힘겨운 마음을 거둘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우리가 이웃이거나 학교 은사와 제자로 조우했거나 동아리 모임에서 만났더라면 적어도 이런 불손한 마음을 품는 관계로까지는 진척되지 않았을 것이다.

  명절 문화에는 철저히 수직적 관계가 공고히 형성되어 있다. 생략할 건 내려놓고, 서로 부담주지 않는 관계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아군이 될 수 있다. 함께 공존하는 이로운 존재가 될 것이다.

의도적으로 배려와 고려를 염두해 두고 아니, 아예 의식조차 하지 않고 신경쓰이지 않게 서로 버려 두는 것이 최상일지도 모르겠다. 어련히 알아서 가식없이 진심을 담아 마음을 어줄지 모를 일이니까. 자연스럽스며들어 그런조차 모르고 지 명절 문화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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