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lie n Tahoe Jan 27. 2023

99가지 단점과 단 1가지 장점

I am new to Vancouver - 02


He Tāngata, he tāngata, he Tāngata.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라는 마오리족 속담이다. 꿈의 트레일,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를 종주한 한 백패커의 단편 영화에서 내 삶의 방향성을 한 마디로 완벽하게 정리한 이 문장을 만났다. 정말 한 해 한 해 갈수록 더 와닿는 말이다. 이유 없이 해를 끼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목적 없이 베푸는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찾아낸 인연은 참 고귀하다.


유창한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 또한 캐나다 삶의 큰 목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그 관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하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한국에선 일-집-일-집 반복되는 일상과 점점 확고해지는 취향에 마음이 맞는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 사실이 가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좋은 사람들과 서로의 연대기를 공유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오고 가는데 내 시야를 넓혀주는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강렬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에너지를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와 진정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생각과 마음이 보다 뚜렷하게 정리되는 그 느낌이 좋다.  



어느덧 3개월 차에 접어든 캐나다 생활. 단기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목표가 있었거나 없었거나, 그들이 이곳에 계획한 것보다 오래 머무르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대부분은 수년을 살고 영주권을 가져도 한국을 능가하는 이 나라의 장점은 없거나 여전히 모르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들은 장단점에 비율을 따지자면 99:1. 치열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게 전부다. 혹시 나에게도 99를 능가하는 '1'이 생길까, 만약 내가 이곳에 오래 머물게 된다면 그건 사람 때문일 것 같다. 마음을 열고 머물게 하고 그립게 하는 건 It is the people, it is the people, it is the people.

작가의 이전글 왜 밴쿠버로 왔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