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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기 Dec 13. 2019

틀린 사랑은 없었다.

엄마 그리고 내사람. 

감사하게도 나는 늘 사랑을 받고 자랐다. 가족에게도, 직장에서도, 그 어디를 가나 내가 싫다던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를 향한 개개인의 사랑방식이 모두 달랐다. 엊그제 사랑하는 이와 크게 다투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말들을 내뱉어가며 나의 서러움을 나의 슬픔을 위로 해 달라 애쓰고 있었다. 하루정도 연락하지 않았고 그와 나는 다시 만났다. 그리고 차분히 서로를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서로가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레 혹은 쉽게 그와 나의 생각이, 상대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좁혀지기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맞춰가기 위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할 뿐이었다. 그의 사랑 표현은 이랬다. 이제까지 맏딸로서 적지 않은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와야 했던 내가, 이제야 비로소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졌지만 그 마저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내가, 결국 나를 위해 나답게 단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내가 그저 안타깝고, 속상하고, 슬펐다고 했다. [나는 가끔 결혼한 이들에게 묻는다. 결혼을 하면 무엇이 좋으냐고. 거의 모두의 대답이 그랬다. “이 세상에서 내 편 하나 생긴 기분이야. 그래서 든든해”.] 그와 내가 싸운 날, 엄마는 화를 냈었다. 그와 내가 화해 한 날에도, 엄마는 화를 냈었다. 엄마는 그저 내가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 받지 않게 하기 위해 경계하고 밀어내고 미워하는 그 사랑이라는 마음을 가졌다. 처음에는 몰랐다. 내가 괜히 그 사람에 대해 화를 내니 엄마도 덩달아 같이 화를 내주는 건가. 아니면, 엄마도 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인 걸까. 눈을 감기 전,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이도, 엄마도 나를 너무 사랑하지만 나를 향한 둘의 사랑 표현 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를. 그 사람이 내 옆에서 온전한 내 편이 되어 함께 살아갈 사람이라면, 엄마는 내 앞에서 혹은 내 뒤에서 나를 막아주거나 밀어줄 사람이라는 걸. 그 어느 누구의 사랑도 틀린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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