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슬기 Mar 06. 2019

사랑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싶었다.

상처뿐이라도.

누군가 내게 물었다. “연애가 왜 하고 싶어?” 나는 말했다. “연애가 아니라, 사랑이 하고 싶어요.” 연애가 봄이 오는 것 같은, 나의 마음을 간질거리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붕 뜨게 하는 그런 설렘을 가져다주는 건 맞다. 하지만 나는 요즘 연애, 남들이 다 하는 연애가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나는 사랑이 하고 싶었다. 늘 고집이 세고 내 주장만 내세우던 내가, 사랑을 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주는 일을,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과 방식도 있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그를 위해 나의 마음을 맞춰보는 일을, 흑과 백 밖에는 없는 내가 그럴 수 있겠다며 그를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아껴주며 감싸주는 일을 사랑을 통해 해보고 싶었다. 사랑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싶었다. 

그 어찌 어려운 일이던가. 사랑하는 일. 설렘으로 시작되지만 내가 깎이고 변해가는 일, 서로가 닮아가며 맞춰가는 일, 그런 일들은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일 같다. 나는 너무나도 이기적이기에,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나의 마음만이 옳다 떼쓰는 사람이 아닌 사랑하기에 대화로 천천히 차근차근 풀어가고 맞춰가는, 그래서 이런 나도 변화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었다. 

사랑은 내게 참 단순한 거였다. 좋고, 설레면 사랑. 그게 아니라면 무관심. 맞는 말이다. 요즘은 온통 사랑에 대한 생각들 뿐이다. 누군가를 만남으로 인해 기쁘고 설레는 마음의 단면보다는, 그 보다 더 깊은 관계와 감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사랑을 여러 방면에서 관찰하고 들여다보며 사랑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또 사랑 안에서 내가 원하고 찾는 그 단 한 사람이 누구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들여다보아주는 일이 사랑 같고, 그의 말도 아니 그의 말이 맞겠지만 그 순간 내게 전투적으로 다투려 하지 않고 먼저 나의 마음을 달래주려 애쓰는 일이 사랑 같고, 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내 마음에 그의 말이 있고, 그의 눈빛이 있고, 그의 마음이 있어 편안해지는 일이 사랑 같다. 

지금보다 조금은 어렸었던 그때의 나는, 많은 부분들을 많은 마음들을 사랑이라 착각했다. 그저 나에게 잘 만 해주는 게,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게 사랑이라 여겼다. 거기에는 마음만 있었지, 사랑은 없었다. 사랑이 없어도 내게 선의를 베풀 수 있으며, 사랑이 없어도 내게 상처되지 않는 좋은 말들만을 해 줄 수 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 그게 사랑이라 착각했던 나는, 내가 사랑이라 여겼던 모든 것들을 그들에게 주려 노력했고, 마음만 있었던 그들에게서 돌아온 건 사랑이 없었던 상처뿐이었다. 그렇게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었다. 지금이 되기 전까지.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을 하게 되는, 사랑에 닿게 되는 과정이라면 묵묵히 또 온전히 사랑 안에서 가슴속 깊숙이 스며들기를 바란다. 비록 그게 상처만 가득할지라도. 

매거진의 이전글 아팠던 순간도 사랑이라 여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