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라서 일까, 아니면 나와 사랑을 하게 될 사람이 그 사람일까.
비몽사몽 어제는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루 종일 피곤했던 나머지 금방 잠에 들 수 있었다. 오전 8:06, 어제 보냈던 문자의 답이 와 있었다. 출근을 하는 중인 걸까. 출근을 하려고 준비를 하는 걸까. 차에 올라타 출근을 하기 전인 걸까. 그는 말했다. 상처 받지 말라고. 그런 일들에, 그런 말들에 내 온 감정과 시간을 쏟지 말라고.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내 눈에 콩깍지가 씌어, 그를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는 거라고.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눈에서 진심을 보았다. 그래서 더 붙잡고 싶은 걸 수도 있겠다.
많은 상처로 아팠던 나는, 사랑의 어느 부분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적어도 그는 나에게 무례한 사람은 아니었다. 진실되었다면 진실된 사람이었고, 솔직하다면 솔직했지만 아직까지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도 나의 선이 있으니. 아직까지 그는 나의 선까지 오지 못했다. 만약 그가 나의 선까지 오게 된다면 나는 그 너머를 그에게 허락해 줄 수 있을까.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그가 그리웠다. 나의 눈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리던 그의 집중하는 모습이 또다시 보고 싶었다.
아빠는 내게 말했다. 이제 집착 같은 건 그만할 나이가 되지 않았느냐고. 그 말이 맞다. 이제는, 천천히 상대방도 존중하며 다가가는 게 맞는 거 같다. 무서워서 겁이 나서 접게 되는 마음 말고, 설레고 반가워서 급해지는 마음 말고, 천천히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장면들이 있다. 그와 손을 잡고 공원을 걷는 것, 아침이 되면 출근을 해야 하는 그가 먼저 일어나 아침잠으로 뒤척이고 있는 내 입에 입을 맞추어 주는 것, 퇴근을 하고 나면 그와 함께 시장을 봐서 저녁을 해 먹는 것, 시간을 내서 데이트를 하고 계획을 짜서 여행을 하는 것. 그와 너무 하고 싶다. 아니, 나와 사랑을 하게 될 그 누군가와 하고 싶은 걸지도.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인데, 요즘 사랑을 쏟을 곳이 없어 그 조차도 나를 불편하고 힘들게 만든다. 그의 하루는 어땠을까. 퇴근을 하면 운동을 갔다 집에 가 저녁을 먹고 할 일을 하고 잠에 들겠지. 그의 하루 중 내가 생각나는 틈은 없었겠지, 아직. 잠에 들기 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나의 문자가 생각났으면 그리고 내가 떠올랐으면 하는 하루였다. 사랑, 햇볕이 드는 방 안에 앉아 차분한 적막과 함께 나의 하루가 지나가는 것, 이것도 사랑이라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