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큼은 러시아 편을 들기가 어렵다.
의용군 vs. 용병
"우크라이나로 용병이 몰려들고 있다"
나는 당연히 러시아가 고용한 시리아 용병 등을 말하는 줄 알았다. 아니다. 그 중국 사람은 '서방 용병'이 참전하는 바람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늦게 끝난다고 푸념 중이었다.
한국 신문에서는 우리나라 이근 대위를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민주주의 국가 자원병을 '의용군'이라 부르지만 중국 언론은 '용병'이라고 부른다. 의용군은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는 국가를 구원하기 위해 정의로운 마음으로 참전하는 군인이고, 용병은 다른 이유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이다. 찾아보니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제군단' 군인들은 월 50만 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도 용병은 너무한 거 아닌가.. 의용군과 용병 두 단어 의미 차이만큼 한국과 중국 사람 간 인식 차이는 크다.
러시아 관점 중심으로 보도하는 중국 미디어
평소 보고 듣는 내용이 다르니 인식하는 바가 다르다. 한국 미디어는 우크라이나를 부당하게 무력 침공하는 러시아,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시민, 서방의 러시아 제재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심으로 보도를 한다. 관점은 간단하다. 러시아의 침략,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쟁.
반면, 중국 언론은 러시아 관점에서 보도한다. 용어부터 다르다. 푸틴 말대로 전쟁이 아닌 '특별 군사 작전'이라 부른다. 문제의 원인은 나토의 확장에 있으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의 영향권이 되는 것을 러시아가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설명한다. 전쟁 상황도 가족 사망에 울부짖는 우크라이나 시민보다는 우크라이나로 진격하고 있는 러시아 군인 중심으로 보도한다.
모든 것은 미국 탓?
인터넷 시대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는 없다. 중국 사람들도 우크라이나 트랙터가 러시아 탱크를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며 상황이 러시아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구나 직감한다. 그리고 그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중국 언론은 러시아가 불리해져 핵폭탄을 사용하게 된다면 책임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미국과 서방 세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는 것도 미국 '책임'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전쟁을 조장하는 흉악한 국가이다. 일관성 있는 미국 비판이다.
우크라이나와 대만
중국인들은 우크라이나를 보며 자연스레 대만을 떠올리지 않을까.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의 위성국가였고, 대만은 중국이 생각하는 미수복 영토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되고,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대만이 계속 미국의 영향권 내에 있다는 사실은 중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쉽게 제압했다면 중국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럼 우리도?"라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대만을 무력 침공하겠다는 중국의 위협은 이미 하루 이틀이 아니다.
푸틴은 장기집권을 하면서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하면서 푸틴의 지지율은 83%로 14%p 증가했다. (반면 바이든의 지지율은 40%이다) 이를 보면서 중국 지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래도 마냥 러시아 편들기는 위험
21세기에 전쟁이 무슨 소리냐며 (북한을 뺀) 수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반대하고 나섰다. 경제 제재, 무기 지원, 외교관 추방 등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되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 정부가 마냥 러시아 편을 들기가 어렵다. 중국은 러시아 군사 지원을 하지 않고 있으며, 도리어 우크라이나에 담요, 식기, 물통 등 인도적 지원을 했다. "국가 간 군사적 대치로 나아가지 않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국가 간"이라고 표현했으니 중국-대만 관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 중국에게 러시아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당신'이다
전쟁 반대 중국인을 많아
러시아가 전 세계에서 욕을 먹고 있는 원인은 이유가 어쨌든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쟁은 끔찍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살인, 방화, 강간과 같은 강력 범죄가 날마다 수백 건, 수천 건씩 발생한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 관계가 좋다고 해도 전쟁까지 지지할 수준은 아니다. 중국 사람들도 “그래도 전쟁 시작은 너무했지”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와 함께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반대해왔던 중국, 이번만큼은 러시아 편을 들 수가 없다. 지금 중국의 속마음은 복잡하다.
참고
: 푸틴 지지율 83% 바이든은 40%…"어찌 된 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