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축구 리뷰
2020.12.14
요즘 왜 이렇게 잠잠하나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잠에서 깨어난 부상 악령이 12월의 미친 일정을 앞두고 있는 리버풀을 어김없이 찾아와 또 한 번 괴롭혔다. 이번 타겟은 올 시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이적생 '디오고 조타'였다. 청천벽력 같은 이 소식을 듣고 올 시즌은 정말 우주의 기운이 리버풀을 떠나 토트넘을 돕고 있나 싶었다.
그러나, 토트넘이 수정궁 원정에서 비기면서 리버풀에게 1위 탈환의 기회가 찾아왔다. 풀럼이 최근 레스터 원정에서 승리를 따내는 등 기세가 좋긴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이 못 이길 이유는 없었다. 우주의 기운을 다시 한번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0/21 시즌 EPL 12R 풀럼 vs 리버풀의 경기는 영국의 유서 깊은 축구장 크레이브 코티지에서 펼쳐졌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풀럼의 감독 '스콧 파커'의 젊음과 잘생김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크레이브 코티지의 관중들이 풀럼을 열렬히 응원하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었다. EPL은 대응 단계 시스템에 따라 관중 입장을 어느 정도 허용했는데, 과연 관중이 홈경기 승률을 높여주는 요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풀럼은 5-3-2 포메이션, 리버풀은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 초반부터 풀럼이 강하게 달려들었다. 풀럼은 경기 템포를 상당히 빠르게 가져가면서 리버풀이 제 플레이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풀럼의 공격 패턴은 단순했다. 중원을 생략하고 후방에서 바로 공격 진영으로 볼을 넘기는 킥 앤 러시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여 리버풀의 뒷공간을 노렸다. 심지어 좌우 측면과 중앙 모두를 골고루 사용하며 리버풀의 수비진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전반 15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몸을 날린 파비뉴의 태클이 VAR 판독 결과 코너킥으로 판정되며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위기를 넘기자마자 또 다른 위기들이 수시로 찾아왔다. 그러나, 알리송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으로 또 다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 25분 보비 리드의 중거리슛까지는 막지아내지 못하며 결국 실점을 허용했다.
리버풀은 공격의 고삐를 당기며 전반 막판까지 추격했지만 풀럼은 수비에 치중하면서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마팁이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며 아웃되고, 미나미노가 투입됐다. 마팁의 자리에는 헨더슨이 배치됐다. 전문 센터백이 없는 센터백 라인(파비뉴 - 헨더슨)이 처음으로 가동되는 순간이었다.
풀럼은 전반 초반과 마찬가지로 후반 초반에도 강하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초반부터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려 리버풀을 당황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그에 맞춰 리버풀도 강하고 빠르게 대응하였다. 후반 초반에는 특히, 비가 상당히 많이 내렸는데 경기장이 미끄러워지면서 선수들이 종종 넘어지기도 하였다.
오늘 풀럼의 에이스는 왼쪽 윙포워드 루크먼이었다. 역습 상황 시 루크먼의 퍼포먼스는 마치 탱크와도 같았다. 오른쪽 수비수 아놀드가 내내 고전했고, 바이날둠의 커버링도 썩 좋지는 못했다. 결국 후반 68분, 아놀드가 아웃되고 네코 윌리엄스가 투입됐다.
시간이 흐르자 풀럼의 수비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리버풀이 이 균열을 놓칠 리가 없었다. 커티스 존스가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날카로운 움직임을 가져가다가 프리킥 얻어냈다. 베이날둠이 프리킥을 찼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 수비의 핸드볼 반칙이 선언돼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널티킥 키커 살라는 낮고 강한 슛을 때렸고 아슬아슬하게 동점골을 뽑아냈다.
리버풀은 후반 막판까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정교함과 세밀함의 부족으로 끝내 역전골을 뽑아내지 못하며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1위를 탈환할 수 있는 경기를 잡아내지 못하면서 제자리에 머무르게 되었다. 올 시즌 리버풀의 원정 경기 성적(1승 4무 1패)이 눈에 띄게 하락했는데, 확실히 작년 시즌과 다른 퍼포먼스다. 작년에 비해 끝발이 약해졌다. 지는 경기를 비기고, 비기는 경기를 이기게 하는 막판 저력이 실종됐다. 체력적 문제, 부상 문제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위닝 멘탈리티가 실종된 건 아닐지 우려가 된다.
그나저나, 주중에 리그 1위 토트넘과의 빅매치가 있는데, 풀럼전에 경미한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었던 마팁의 출전이 불가능할 거라는 비보가 들려왔다. 손흥민에게 털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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