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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EPL 18R] 리버풀 vs 맨유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1.01.18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경기는 홈에서 라이벌팀에게 패배하는 경기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패배하는 경기를 극도로 싫어하는데 이 패배의 후유증은 거의 일주일 정도 지속될 만큼 충격이 상당하다. 15년 동안 리버풀 팬을 하면서 이런 경기를 3번 정도 본 거 같은데, 어쩌면 이번 경기에서 횟수가 하나 늘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 불안감은 팀에 대한 신뢰와는 별개로 두 팀의 상반된 최근 기록에서 야기되었다. 리버풀은 리그 3경기 연속 무승에 2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한 반면 맨유는 상승 곡선을 타며 리그 1위를 달리는 중이었다. 분위기 상으로는 맨유의 우위가 예상되었지만, 리버풀이 이러한 위기 속에서 라이벌팀을 잡고 반등한다면 리그 우승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경기가 안필드에서 펼쳐지는 만큼 불안보다는 기대가 조금 앞섰다. 또한, 티아고 알칸타라와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중원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매우 기대가 되었다. 승점 6점짜리 경기라고 불리는 205번째 노스웨스트 더비. 월요일 새벽 1시 반의 경기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다음날 연차를 냈거든ㅋㅋ)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l 전반전


전문 센터백 없이 치르는 두 번째 경기다. 물론 유스 선수들이 있지만 발이 느리고 경험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파비뉴와 헨더슨이 센터백을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미드필더에 샤키리가 선발로 출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변동이 없는 선발 라인업이었다.


반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래쉬포드를 전방에 두고 측면은 마샬과 포그바, 중원은 브루노 페르난데스, 맥토미니, 프레드를 두는 4-5-1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수비와 중원을 두텁게 가져가면서 발 빠른 래쉬포드를 이용한 역습 한 방을 노리겠다는 속셈이었다.


전반 초반부터 리버풀이 프레싱을 가동하며 맨유를 몰아붙였다. 리버풀은 공격 라인의 프레싱은 물론 샤키리와 베이날둠 역시 전진 압박에 가세하며 맨유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맨유 역시 높은 위치에서 종종 압박을 하며 리버풀의 빌드업을 방해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리버풀이 주도했다. 거의 반코트 게임이라고 볼 정도로 리버풀의 볼 점유율이 압도적이었다.


맨유는 중원의 연결고리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공이 제대로 가지 않으면서 미드필더를 거쳐가는 플레이를 하는데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오른쪽에 있는 포그바를 활용하면서 공격의 물꼬를 트었다. 포그바는 오른쪽 측면에서 장기인 롱패스로 왼쪽 측면에 있는 마샬과 래쉬포드에게 볼을 운반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최근 폼이 떨어진 아놀드를 공략하는 동시에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집중되어 있던 압박을 벗겨냈다.


리버풀은 아놀드의 오버래핑을 조금 자제하고 왼쪽 로버트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사실 이 문제가 조금 아쉽긴 한데, 리버풀은 좌우 측면이 모두 살아나야 유기적인 공격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팀이다. 한쪽 측면만 공격에 가담하는 것은 한쪽 날개를 잃은 비행기와 다름없다. 이것을 샤키리의 영리한 포지셔닝을 통해 상쇄하려고 했으나 마지막 전개 과정에서의 세밀함이 아쉬웠다.


피르미누와 래쉬포드가 역습을 한 방씩 주고받는 등 양 팀에 긴장되는 순간이 몇 번 교차했다. 특히, 래쉬포드는 전반에만 오프사이드에 7번이나 걸릴 정도로 뒷공간 침투를 지속적으로 강행했다. 오프사이드를 몇 번 하든 하나만 걸리면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전반전은 두 팀 다 헛심 공방을 펼치며 0-0으로 종료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후반전의 경기 양상은 맨유가 조금 우세했다. 리버풀의 공격진은 맨유의 수비진에 번번이 막혔고, 드리블과 볼 터치의 정교함이 너무 떨어졌다. 반면, 맨유는 마샬이 아웃되고 카바니가 투입되자 공격진이 활기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70분 이후로 리버풀의 기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교체를 통해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교체 명단에 그런 영향력을 줄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게 아쉬웠다. 75분에 샤키리가 아웃되고, 커티스 존스가 들어왔으나, 공격 라인에서 결정타를 날려줄 수 있는 디오고 조타가 너무 그리웠다.


리버풀의 기동력이 떨어진 틈을 타서 맨유의 반격이 시작됐다.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포그바가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알리송 골키퍼가 연이어 선방하면서 리버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자 위협적인 순간이었다.

알리송 골키퍼뿐만 아니라 파비뉴의 활약도 굉장했다. 반 다이크를 연상시킬 정도로 일대일 수비, 패스 차단, 인터셉트, 클리어링 등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오늘의 키 플레이어는 알리송과 파비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두 선수가 아니었다면 홈에서 패배하는 굴욕을 맛봤을 것이다.


경기 막판에 피르미누가 아웃되고 오리기가 투입됐지만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렇게 경기는 0-0 무승부로 마무리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간밤에 맨체스터 시티 역시 승리하면서 리버풀은 4위로 내려앉았다. 5~6위와의 승점 차이도 간당간당하기 때문에 현재 순위는 리그 타이틀보다 챔피언스리그 티켓 경쟁 순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과할 정도로 선수들의 부상이 심했던 올 시즌을 돌아보면, 이 정도의 순위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이긴 하지만.


마네 - 피르미누 - 살라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마누라 라인으로 불렸던 이 공격 라인도 어느새 4년을 넘었고, 그 시간만큼 상대팀들에게 플레이 스타일과 특성도 다 파악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날둠의 재계약 협상도 지지부진한 것 같은데, 어쩌면 여름 이적시장 때 세대교체가 한번 진행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음바페는 안 되겠지?)


그나저나, 안필드 홈 무패 기록(68경기 째) 지켜서 다행이다.



#해외축구 #리뷰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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