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책일기
친구들 안녕한가요?
예로부터 인사의 중요성을 익히 들어서 입버릇처럼 안녕을 물었었는데, 안녕하냐는 물음이, 안녕하다는 대답이, 그렇게 쉽게 말하기엔 너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부끄럽게도 이제야 느꼈어요.
안녕 : 아무 탈 없이 편안함
저는 오늘도 편하게 자동차를 운전하고 출근해서, 컴퓨터로 일을 하고, 배부르게 점심을 먹었어요. 이렇듯 저는 안녕한데, 지구는 그다지 안녕하지 못한 것 같아요. 안녕한 저 때문에, 편안한 풍요를 누리고 사는 저 때문에, 지구는 탈이 나고 편안하지 못하네요.
호프 자런 작가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읽었어요. 저는 이중적 이게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무참히 환경을 파괴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환경을 주제로 다룬 책을 잘 읽지 않아요. 혼쭐 나는 기분이 들게 뻔하니까요. 어쩐 일인지 환경을 다룬 이 책을 집어 들었고, 거의 최초로 ‘저는 이 책을 완독 했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작가가 독자의 이중성을 끄집어내기보다 독자 스스로 알아채고 마음이 움직이게 만드는 매력적인 필력의 책이에요. 지구인이라면 익히 인식하고 있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굳이 줄줄이 나열하고, 앞으로 어쩔 거냐고, 큰일 났다고 무섭게 몰아치는 내용이 아니라서 생각보다 편안하게 읽혔어요. 환경이라는 방대하고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 명쾌하게 쓰는 것도 이 작가의 능력이구나 감탄했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는 대기 오염의 경우, 자동차 운행을 줄이면 지구 온난화를 줄일 수 있고 더불어 석유화학 에너지의 비축할 수 있고, 녹지를 더 많이 조성하면 된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복작거리는 이 지구란 곳은 하나로 똑 떨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정말 1차원적 이게도 환경오염은 석유나 석탄 같은 물질들만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곡식, 가축 같은 식량들도 환경오염에 크게 일조하고 있고, 식량들로 인해 국가 간 기근의 불균형을 만들어지고 부강을 결정짓기도 하고, 나아가 경제 불균형까지도 초래하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같은 모양새더라고요.
이 세상의 모든 결핍과 고통, 그 모든 문제는 지구가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지 못하는 무능이 아니라 우리가 나누어 쓰지 못하는 무능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함께 만나 식사하던 따뜻한 한때를 떠올려봤어요.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타고 만나서, 석유로 발전기를 가동하는 전기의 힘을 빌려 반짝반짝 빛나는 전구 밑에 앉아, 우리의 머릿수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주문했죠. 어느새 부른 배를 두드리며 접시마다 두어 개의 음식을 남기고 이보다 더 풍요로울 수는 없다는 듯 풍만한 미소를 지었어요. 같은 시각 어느 나라에선 죽 한 그릇 먹지 못해 절명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비옥하지 못한 토양의 나라에서 태어난 탓일 수도 있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상 기후로 교란이 생겨 애써 수확한 농산물에 알짜를 얻지 못한 탓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남긴 음식은 쓰레기통으로 향할 테고, 석유를 연료로 한 차량이 쓰레기를 수거해가고, 석유를 연료로 한 쓰레기 처리 장치를 가동하겠죠. 그 와중에 이산화탄소도 상당량 발생될 테고요. 어쨌든 우리가 남긴 음식물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게, 그런 것도 모른 저의 무지함에 얼마나 놀랐나 몰라요.
한 가지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우리가 여행하는 모든 여정, 우리가 쓰는 한 푼에 지난번보다 에너지가 더 사용되는지 덜 사용되는지를 고민하며 선택해야 한다.
저자는 어떤 것도 오염된 지구를 만회시킬 수 없다고 얘기해요. 수천, 수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어마어마한 크기의 녹지대를 조성하고, 우후죽순 풍력 발전소를 세워봤자 녹지대와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사용하는 기자재 가동에 필요한 석유로 인해 환경오염이 더 심해질 거라는 거예요. 쉽게 말해 백날 석유를 펑펑 쓰고, 먹을 거 실컷 먹으면서는 지금의 환경에서 나아질 수 없다는 거죠. 덜 쓰고, 덜 욕심내고, 덜 풍요로워야, 현상 유지라도 한다는 거예요. 소름 돋지 않아요?
좋은 소식은 에너지 절약이 반드시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할 그 어떤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 지난 수십 년간 음식과 연료 소비가 늘어났다고 해서 우리가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음을 이해해야 한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는 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설탕을 소비하는지 지적하고 있어요. 책에서는 미국인을 거론했지만 사실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상상했죠. 설탕을 만들고 활용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들(석유 등)이 1차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설탕으로 만든 음식들이 남아서 쓰레기가 되면 그걸 처리하느라 2차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설탕을 먹고 비만이 된 미국인들이 다이어트를 하며 내뿜는 이산화탄소로 또다시 환경을 오염시키겠구나! 다이어트를 할 때 체내의 지방이 빠져나가는 경로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래요. 대다수가 변으로 나가는 줄 아는 데 아니라네요.
환경을 얘기하자면 생각할 거리가 너무나 많아서 시급한 걸 알면서도 미뤄두곤 했어요. 그런데 우리, 이젠 정말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작가가 던져 준 질문을 함께 생각해봐요.
우리 각자는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때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
이번 글에서 부끄럽다는 말을 참 많이 하네요. 부끄럽게도,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저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어요. 환경을 재생시킬 행동은 곰곰이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듯 용기를 필요로 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동은 서슴없이 일삼아요. 부끄럽게도, 어차피 남들도 자가용을 가지고 출근하는데 나 하나 자가용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오염된 환경이 좋아질 리 없지 않냐는 자기 합리화를 일삼아요.
우리 정말, 안녕한 거 맞을까요? 친구들은 어떠세요? 안녕한가요?
-유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