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나라일수록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며, 선택의 폭도 넓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많지 않으며, 재료도 부족하기에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로, 최대한 맛있게 요리를 한다.
튀니지와 탄자니아에서 근무하다보면, 부에 따른 사람들의 체형이 다른 것이 눈에 확연하게 보인다. 극빈층은 엄청 마른 체형, 중산층은 비만인 체형이 매우 많고, 상류층은 한국인과 비슷한 보통 체형이나 한국인 평균보다 더 잘 관리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사람이 많다. 사람의 기본권인 건강권이 지켜지기 어려운 개발도상국의 상황이 많이 안타깝다.
내가 탄자니아에서 근무하면서 먹은 밥이 크게 두가지인데, 사진을 보면 왜 살이 찌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을 치면 화려한 사진들이 많겠지만, 아래가 탄자니아인들이 일상속에서 매일 먹는 진짜 밥이다.)
딱 더도 덜도 말고 위가 탄자니아 평균 아침 점심밥이다. 저녁에도 비슷하게 먹는다.
탄자니아 중산층에게 밥을 먹는 것은 거의 식사를 떼우는 것과도 같다. 아직 건강을 생각할 수준의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지 못하였으므로, 모든 밥이 평균 이상으로 짜고 자극적이다. 위의 밥 같은 경우에는, 밥이 식판의 2/3을 차지하고 나물이나 콩, 아니면 고기 4~5 점이 들어간 국이 1/3을 차지한다. 반찬이 적다보니 밥이 짠데, 간장 계란밥의 간이 된 것처럼 짜고 고소하게 탄자니아 방식대로 쪄서 먹는다, (그래야 넘어가기 때문이다). 먹다보면 옛날 한국의 고봉 밥이 생각나는데, 밥은 먹어야겠고 먹을 것은 없는 느낌이 든다. 금액은 물론 매우 저렴하다. 저기 위의 밀가루 팬케이크는 한화로 100원, 밑의 두개 음식은 각 20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하루에 5000원~10000원 정도 버는 사람들의 현지 물가에 맞는 것 같다.
점심에 이렇게 탄자니아 식을 먹으면, 얼마나 소금이 많은지 목과 손가락이 붓는 현상에, 근무 초반 4달 정도만 먹다가 아예 점심을 끊었다. 덕분에 1일 1식을 하면서 몸무게가 45~6을 유지했다.
아침에는 현지 직원들이 위의 밀가루 팬케이크와 함께 차를 마시는데 설탕을 엄청 타 마신다. 맛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데 설탕이 비만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맛만 보고 더 이상 마시지 않는다. 밀가루 팬케이트 이외에 툼부와라는 찹쌀 도넛이 있는데, 그거도 결국 설탕, 찹쌀, 기름 덩어리이다. 현지에서 영양교육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포지션이었는데, 우리 직원들부터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나는 특히나 수도가 아닌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음식의 빈곤을 더 느낀 것 같은데, 현지의 음식을 생각하면 답답한 생각 뿐이다. 생각만으로 안되는 것들이, 당장 밥 부터라니. 개발도상국이 잘 살기 위해 도대체 어떤 노력이 있어야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