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도 Nov 12. 2024

난제로다

‘빼빼로’로 시작해서 ‘빼빼로’로 끝이 난 오늘이야.

출근하니까 동료 샘이 하나 주더라고.

점심 급식 디저트로도 나오고, 마음 부자 선생님들이 또 주고.

난 생각도 안 했는데….

 주말  롯데월드 나들이가 고됐는지 소녀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더니만 기어이 조퇴를 했어.

혼자 버스 타고 귀가하여 씩씩하게 김치볶음밥을 해 드셨네.

‘아픈 거 맞음?’

여하튼 굶지 않고 해 먹었다는 얘기에 일단 안도.

“어떻게 학원은 갈 수 있으시겠어?”

“으음, 나도 양심은 있지. 갔다 올게.”

‘양심이 있기는 한가보구나.’

그래도 낮에 좀 자라고 당부했지.

4시가 넘어 학원에 갔나 궁금하여 톡을 했는데 녀석 대답이 없잖여.

‘진짜 잠이 들었나?

알람 맞추고 잔다 했는데….

학원 가서 수업하느라 못 보나?’

“안녕하세요. 원장님 유주 등원했을까요?”

“네. 어머님 유주 공부 잘하고 있어요.”

“요즘도 유주 많이 덤벙되지요?.”

“네 좀… 그래도 문장 외우는 것은 정말 잘해요. 

꽤 긴 문장이다 싶어도 또 투덜투덜 잘 외우니까요.”

“원장님 잘 지도해 주시는 덕분이지요. 고맙습니다.”

“어머님, 한강 책은 다 보셨어요?

저도 읽어보려고 하는데 맘처럼 잘 안 되더라고요.

왜 가성비라는 말 있잖아요.

요즘은 시성비라는 말도 있대요. 이를테면 채식주의자를 40분 안에 읽기 뭐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아, 그래요? 저는 처음 듣네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쫓기듯 책을 읽으면 뭐가 남긴 할까 모르겠어요.”

“어머님 유주 집에서 책 좀 읽지요?”

“아이고, 안 읽어요. 제가 하도 책 책 책 그래서 부작용 났나 봐요.

진짜 읽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지만, 읽히시기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남의 아이들 가르치느라 정작 우리 아이들 독서도 그렇고 한자도 그렇고 후회가 많이 되더라고요.”

“그러게요. 제 숙제네요.”

 세상에 학원 원장님이랑 책 얘기 하느라 정작 영어 진도는 잘 빼고 있는지, 어디쯤 공부를 하는지, 유주가 전에 비교급 어려워했는데, 잘 통과는 했는지 하나도 안 물어본 거 있지.

어미가 문제로 세.

 태권도까지 다녀온 소녀가 말했어.

“엄마, 원장님한테 나 책 안 읽는다고 그랬어?”

“그럼 읽는다고 하냐?”

“진짜 그렇게 말했어?

내 면몫이 있지.”

“여보게, 그럴 땐 면몫이 아니라 체면이라고 하는 게 맞네라.”

“왜 면몫도 돼지.”

‘소녀여, 그 입 다물고 당장 책장부터 펼치지 못할까..’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다스리며 누웠는데, 유주가 불쑥 무얼 내밀어.

어허, 딸 용돈으로 샀다는 ‘빼빼로’나 먹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필요합니다, 정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