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민정 Mar 18. 2023

내 마음의 안부를 물을 때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칼럼 28]


  금요일 저녁, 한 주 동안 수고가 많았노라고 그동안의 회포를 풀기 위해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시야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녀가 씩씩대는 것이 기분이 영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때부터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늘 그런 식이야. 뾰로통한 얼굴에 불만 가득한 눈빛, 톡 쏘는 말투. 같은 말이라도 좀 좋게 해 주면 좋을 텐데. 그의 입에서 부드러운 말이나 칭찬 한 번 나오는 법이 없어.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짜증 나고 불쾌해. 그런데 오늘따라 그 모습이 더욱 보기 싫더라고!”     


나는 그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매장 관리 차 방문하는 그녀의 총괄 매니저인데 그가 다녀가면 친구는 늘 기분이 상하곤 했었다.     


  “늘 그래 왔는데 새삼스럽게 왜 그래?!”     


  별일 아니라는 듯 그녀에게 내가 그러한 말을 툭 던진 건 그녀의 심정을 몰라서도 아니고 그녀의 기분을 가볍게 여겨서도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오.늘.따.라. 더.욱.’이라는 것.


  그 사람이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아주 빈번하게 -한 가지 표정만 있는 사람인 마냥 그래 왔듯이- 이제껏 봐 왔던 모습이다. 그 눈빛도 오늘의 특별한 눈빛이 아니라 자주 보아왔던 눈빛이다. 좋은 말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늘 있어왔던 일인 것.      


여러 번 봐 왔으니 이제 파악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따지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 아닐까. 그가 늘 그녀 앞에서 보여준 그 모습을 오늘도 보여줬을 뿐이다. 그래서 그가 그러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저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구나’하고 인정하면 된다. 그것을 좋다 나쁘다 시비하지 말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된다. 그는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이고 나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특별히 화가 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극히 드물겠지만- 어쩌다 한 번 그가 칭찬을 하거나 친절을 베풀면? 그것이야말로 크게 기뻐하고 감사할 일이 아닌가!      


  오늘 더 열이 받는 건 그 사람의 문제 아니라 내 마음이 꼬여있거나 못마땅한 무언가가 있어서일 것이다. 평소에는 넘어갈 수 있는 데 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더욱 뾰족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들어다 보면 상대나 상황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내 마음의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화가 많은 사람에게 맞불작전으로 같이 따지고 들면 그 사람이 ‘미안합니다. 내가 잘못했어요.’하고 사과를 할까? 아니면 더 날뛰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까? 안 봐도 답이 뻔하다. 그렇다고 마냥 참으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심신의 평화를 위해, 나를 위해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마음이 편하고 나에게도 이롭다.     


  저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대로 수용할지, 매번 보면서 나도 덩달아 기분 나빠하고 내 기분을 망칠지는 나에게 달린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후 나는 사람을 대하는 부분에 있어 많은 것이 편해지고 관대해졌다.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그것을 문제 삼는 내 마음의 문제임을 알게 되었으니까. 내가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내 식대로 덧붙이지 말고, 시비하지 말고, 평가하지 않으면 문제 될 게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허용할 줄 안다면 상대의 모습을 쉽게 수용할 수 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어떤 말에도,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일지라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비슷한 상황이나 말 한마디에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면 내 마음의 안부부터 물어보는 건 어떨까? 내 마음이 얼룩지고 구겨져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내 식대로 시비 분별하고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매거진의 이전글 통증, 귀한 손님이 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