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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May 14. 2023

쉼을 배워야 할 때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칼럼 30]


  “요즘 쉬고 있어. 그런데 마음은 왜 이리 조급하고 바쁘니.”     


  친구가 최근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었다. 졸업 이후 줄곧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일에만 몰두하다가 정신없이 달려온 자신을 위해 휴식을 택했다. 그런데 그녀는 분명 쉬고 있다고 했는데 마음은 바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진정 쉬는 게 맞는 것일까?      


  얼마 전, 숲에서 휴식을 즐기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 TV에 방영되었다. 늘 바쁜 스케줄에 쫓기면서 살아가다가 무대를 벗어나 각자 취미 생활을 하며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일상과 휴식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오랜만에 주어진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화면에 비쳐졌다.  


“쉬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가봐. 뭐하지? 뭘 해야 되지?”

라고 말하는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쉼을 나타내는 한자 휴(休)는 人(사람 인)과 木(나무 목)이 합쳐진 글자로, 한사람이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다 라는 뜻을 결합한 문자이다. 거기에는 사람과 나무가 존재할 뿐 무엇을 하는 행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어떠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편안함과 느긋함을 즐기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빠르게 변화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떨까. 휴식이 주어졌는데도 제대로 쉬질 못한다. 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자꾸만 찾는다. 그저 일하지 않는다고, 돈을 벌지 않는다고 해서 쉼이 아니다. 올바른 쉼이란 일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쉼을 어려워한다. 쉰다고 하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SNS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기 바쁘다. 그것은 일이 아닌 또 다른 자극에 몰두하는 것일 뿐 충분한 쉼이 되어주지 못한다. 단지 다른 기계나 자극에 의지함으로써 잠시나마 스트레스나 긴장을 잊는 것이지 해소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휴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휴식에도 허락이 있어야 하는가?’와 같은 물음이 따라붙는 요즘이다. 삶에서 일만큼이나 휴식도 중요한데 언젠가부터 쉬는 것이 어떤 이에겐 압박감이나 죄책감을 들게 한다. 때론 불안과 초조함을 안겨주기도…. 쉼을 위해서는 어떠한 명분이나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조차 생겨난 듯하다.     


  쉴 때는 말 그대로 쉬어야 하는데 자꾸만 뭘 하려고 한다. 쉼은 무엇을 하려는 게 아니라 하려는 것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낭비’의 시간이 아니라 비움으로 인한 ‘창조’의 시간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쉼을 위해서는 붙들고 있던 생각과 마음의 짐을 놓아야 한다.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일상의 긴장이나 불안을 조용히 흘려보내야 한다. 불편하고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쉼다운 쉼 속에 머무를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솟구치거나 골머리를 앓던 해결책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는 몸과 마음이 충분히 이완된 상태에서만이 맛볼 수 있는 경험이다. 그래서 가끔은 멍 때리는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 시간은 우스꽝스러운 시간이나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지켜주는 귀중한 시간이다.      


 온몸에 힘을 빼고 머릿속 생각을 비워냄으로써 내 안의 평온에 당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쉼이 아닐까. 완전히 충전되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시간 말이다. 내 몸과 마음이 축나지 않도록 단 10분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다. 그것이 결국엔 오랜 시간 나를 이끌어주고 일상을 지켜내는 건강한 힘의 원천이 될 테니까.      


  나는 과연 ‘일과 휴식의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어떨까?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이야말로 쉼을 배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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