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신학기에 왠만큼 적응을 마친 4월.
이제는 이 무거워진 몸뚱아리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헬스장을 등록했다.
사실 코로나를 핑계로 동네 천변을 걷곤 했지만 "산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더 늦기 전에 이 물살들을 조금이라도 근육으로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핸드폰이 알려준 7년전 사진이 나를 더 자극했다. 아니 이건 누구지. 분명히 나인데...내 이목구비가 이렇게 또렷했다고? 이렇게 턱살이 안 접혔다고?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홀쭉한 사진은 어떤 연예인 사진보다도 내 전의를 불태우게 했던 것이다. 아무리 예쁘고 늘씬한 연예인 사진을 들여다봐도 처음부터 그 얼굴, 그 몸매가 아니었으니 쿨하게 '저건 내것이 아니다' 하고 넘길 수 있었지만, 내 과거 사진은 그렇지 않았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절로 운동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루하루 체력은 바닥을 향하고, 그런 체력과 비례해서 나의 짜증지수도 높아지고 있었다. 더이상은 미룰 수 없어서 헬스장을 찾았고, 모두가 그렇듯.. 할인혜택에 이끌려 무려 1년 멤버십을 덜컥 등록하고 만다. 금융치료라고 했던가..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동네 산책과는 달리, 1년치 등록비가 생각나기에 내 몸은 자주 헬스장으로 이끌렸다.
알고보니 내가 등록한 헬스장은 GX, 즉 그룹운동이 아주 활발한 곳이었다. 줌바부터 근력운동, 요가, 라인댄스, 유산소 운동까지 다양한 그룹 운동이 아침 저녁으로 빡빡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헬스장을 등록하고 난 직후라 호기롭게 그룹운동에 도전해보았다. 시간도 맞고, 나에게 필요한 근력 운동을 선택!
10시 근력 운동 시간이 가까워지자 GX룸 앞은 줄 선 아주머니들로 가득했다. 나도 쭈뼛쭈뼛 그 줄의 뒤에 서서 앞 타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앞 시간이 끝나자, 우르르 들어가서 자리 맡기 바쁜 어머님들. 들어가자 마자 바벨과 자기에게 맞는 웨이트를 챙기신다. 눈치보며 어머님들이 하시는대로 이것저것 챙겨와본다. 웨이트는 제일 가벼운걸로. 나같은 저질체력에겐 무조건 초초보용 장비가 제격이다. 자리 역시 무조건 제일 뒷자리가 최고. 제일 운동을 오래했고 잘하는 어머님들이 앞자리를 차지하시고, 초초보들이 뒷자리를 채우는 것은 헬스장의 불문율이다. 에어로빅이든, 요가든, 줌바든 마찬가지. 역시나 앞자리를 차지 하신 어머님들은 옷차림부터가 다르다. 과감한 색상과 디자인의 운동복과 그것이 잘 어울리는 탄탄한 몸매를 뽐내는 앞자리 어머님들의 포스. 그에 비하면 나는 헬스장에서 제공하는 운동복과 누가봐도 근육은 없는 흐물흐물한 몸으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길 바라며 제일 뒷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운동이 시작되었다.
바벨로 하는 스쿼트, 런지, 데드리프트 등 전신운동과 웨이트를 활용한 팔/어깨운동, 하체운동 등으로 50분이 꽉채워졌다. 혼자서는 30개도 하기 힘든 스쿼트를 100개는 한듯하다. 전체가 다 같이 움직이니 나 역시 혼자 쉴수만은 없어서 몸을 절로 움직이게 되었다. 하지만 나 같은 저질체력에겐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함께 운동하는 어머님들 대부분이 5,60대였는데 나는 40대 초반임에도 제일 비실비실 거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와.. 빡세다" 한마디를 뱉었더니 주변에 있던 아주머니가 "나도 그랬어" 라는 눈빛을 보내며 웃어주신다. 그렇게 어떻게 50분을 버텼는지 모르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헉헉 대며 GX룸을 빠져나왔다. 내가 코로나를 핑계로 집에서 뒹굴 거리고 있을 때, 어머님들은 이렇게 운동을 빡세게 하고 계셨다니 어머님들은 정말 강하다!!
그렇게 온몸의 근육을 뽀개고?! 나서도 뒷타임까지 연속으로 운동을 하는 어머님들을 절로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 동시에, 나의 이 보잘것없는 체력을 더욱 한탄하게 된 첫 GX.
그 날 이후.. 나는 파스와 근육통을 얻었다.
어떻게 해서든 헬스장에 적응해보리, 1년치 헬스장 이용료를 헛되이 날리지는 않으리라는 다짐으로, 저질체력의 헬스장 적응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