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바리스타 강사를 하고 있는 한 후배가 커피전문점을 준비하고 있다며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이 왔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후배에게 창업하고자 하는 카페의 경쟁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경력 있는 바리스타답게 커피에 대한 전문성과 맛이라고 대답하기에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카페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커피의 전문성이 있는 바리스타 강사에게 커피전문점을 하지 말라고 한다면 도대체 누가 커피 전문점을 해야 한다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은 후배에게 카페 사업에 관련된 통계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3년 8월 기준 대한민국의 카페 매장은 96,300개에 달한다. 조만간 10만 개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커피 전문가라도 커피를 (남들보다 뛰어나게) 맛있게 만들어 10만 개 의 매장 중에 대중에게 특별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건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커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맛있는 커피가 너무 많이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것이 비단 커피전문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은 모든 것이 너무 많아 넘쳐나는 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희소성이 없다면 상품으로써의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희소성과 가치에 관해 내가 강의 중에 농담 삼아 종종 이야기하는 ‘고등어 갈치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고등어와 갈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생선들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20대 중반에 고등어와 갈치 요리전문점을 다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어 꽤 친숙한 생선들이다. 다른 두 가지 생선인 고등어와 갈치로 조림, 구이, 회 등을 요리해서 장사를 했고 매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장사를 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었다. 분명 고등어가 갈치에 비해 생선살도 더 많고 먹기도 편리하고 기름도 풍부하여 맛도 더 있다고 생각했는데 갈치가 고등어 가격의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평소에 고등어 요리를 즐겨 먹던 고객들 역시 손님을 대접하거나 특별한 날에는 갈치를 주문하는 비중이 높았다. 살도 별로 없고 먹기도 불편하고 상대적으로 덜 맛있는 음식을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사 먹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고등어가 갈치에 비해 더 쉽게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시기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해양수산부에서 공개하는 어종별생산동향표에 따르면 거의 매해 고등어가 갈치와 비교해 2~3배 많은 양이 수확된다. 갈치가 고등어에 비해 더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갈치는 먹을 수라도 있지 아무런 가치가 없는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희소하다는 이유만으로 보석이라는 이름을 붙여 엄청난 가격이 매겨지는 것들을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이처럼 상품의 퀄리티는 가격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특히나 요즘같이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공급과잉 시장에서는 더욱더 말이다. 이것이 내가 이야기하는 ‘고등어 갈치 이론’의 핵심이다.
커피든, 음식이든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판매하려는 상품의 퀄리티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기본 전제이지 경쟁력이 아니며 퀄리티가 보장된 상품으로 어떻게 희소성을 만들어 낼 것인가가 사업성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업가로서는 승산이 없다. 이걸 인정하는 것에서 차별화를 위한 브랜딩이 시작되어야 한다.
비단 카페만에 문제가 아니다. 아이템이 무엇이든 간에 보통의 자영업자가 판매하는 상품이 다른 곳보다 뛰어나서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