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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아빠 Aug 22. 2024

맛집골목에도 1등은 존재한다

‘자영업 단군이래 최대위기’


얼마전 신문기사에서 읽었던 기사내용이다. 기원전 2333년 경 고조선에도 자영업이 존재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내 기억이 남아있는 한 거의 매년 항상 최악의 경제위기라고 발표를 했던 것 같다. 이것이 우리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채증가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인건비, 임대료, 식재료 등의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자영업자의 비율은 높아 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대한민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20%를 넘기며 선진국이라 불리는 OECD 국가 중 5위권에 속하는 등 모든 업종에서 예외 없이 경쟁이 치열하여 아이템이 무엇이든 간에 왠만큼 잘해서는 티도 안나는 상황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기간(2019 ~ 2022년)에 받은 대출의 반환기간 도래 등으로 대한민국 자영업은 갈수록 어려운 기간을 보내고 있다.

직장인 이라면 이런 시기일수록 사업은 꿈도 꾸지 말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텨야 하는데 버티고자 하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영업시장에 뛰어드는 직장인들의 수도 어마무시하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회사들의 매출은 급감하고 매출이 떨어지다 보니 일자리는 줄어들고 재취업은 어렵고, 이미 일하고 있는 곳에서 잘리거나, 당장은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 잘릴 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울며겨자 먹기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들이 많다.당장 일은 없고 수중의 돈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경제활동을 당장 시작해야 하는데 평생 직장생활만 하다 보니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여기저기서 자영업은 어렵다고 하도 떠들어대니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아이템이 무엇인지, 사람들의 이목은 집중시킬 만한 신박한 아이템 즉 블루오션 창업을 꿈꾼다.


기존 자영업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치킨집을 운영 중인데 주위에 치킨집이 너무 많다. 카페도, 고깃집도, 이자카야도, 무엇을 하고 있던 경쟁업체가 너무 많다. 이들도 역시 트랜드가 무엇인지, 눈에 확 띄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아이템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찾는다.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런 트랜드(처럼 보이는) 아이템이 매출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해지기 시작하다보니 일시적으로 눈에 확 띄는, 자극적이고 마치 블루오션 인 것 처럼 보이는 아이템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런류의 자극적인 아이템들이 자영업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것들이 정말 블루오션일까? 한때 핫 해 보였지만 얼마가지 못하고 이내 사라져버린 아이템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다.

탕후루, 벌꿀 아이스크림, 스몰비어, 대왕 카스테라, 흑당 버블티, 액체질소 아이스크림, 각종 무한리필, 추러스, 가마솥 닭강정 등 셀 수 없다.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아이템들이 이런 식으로 반짝하고 사라지는 이유는 어떠한 아이템이든 그것이 새로운 것이라고 여겨지는 순간 블루오션만 찾아다는 사람들에 의해 금세 복제되기 때문이다. 복제되면 대중화되고 대중화 되면 그것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닌게 된다. 더욱이 애초에 자극적인 요소로 만들어진 아이템의 경우 순간순간의 새로운 자극이 지속되지 않으면 이내 식상해지고 촌스러워지기까지 한다.


아이템 변경이던 신규창업이던 자영업시장에서 전문성이 뒷받침 되지 않는 블루오션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혹 일시적으로 블루오션처럼 보이더라도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금세 따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블루오션이 아니다. 자영업은 인정하기 싫더라도 무엇을 하던 어쩔 수 없이 박 터지는 레드오션 시장이다.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한다.


레드오션이란 말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좋게 보자면 대중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부담이 없으며 한동안 안 먹으면 생각난단 뜻이기도 하다. 신박해 보이는 아이템으로 돈 버는 사람들은 최초 그 아이템을 만들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할 때 아이템을 매각하는 경우 뿐이다. 자영업은 레드오션임을 받아들이고 그 레드오션 속에 차별점을 찾는 것이 자영업자가 취해야 할 태도이다.


천안에 가면 순대전문점들이 즐비한 순대타운이 있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러 들리기도 하는 유명한 순대타운이다. 이 곳에서도 월매출 1억을 넘게 파는 집도 있고 2,000만원도 못파는 집도 있다. 누가 봐도 레드오션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레드오션 중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모두들 똑같은 레시피로 순대국물을 끓일 때 혼자 전혀 다른방식의 깍두기를 만드는 매장도 있고, 순대를 찍어 먹는 소스를 개발하는 사람도 있고. 카페같은 깔끔한 인테리어에서 순대국을 파는 집도 있으며 손님이 지켜보는 테이블 앞에서 손대를 직접 썰어주는 퍼포먼스를 하는 매장도 있다. 순대국이 레드오션이라고 거기서 횟집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뭘 해도 이미 포화상태이다. 애써 남들이 안하는 아이템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는 대중적인 상품을 어떻게 하면 차별화를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자영업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마음에 새기자 맛집골목에도 1등은 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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