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식물 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백하게 Jan 29. 2023

충만


찬비 내리고 날씨는 추워졌다. 얼마 전에 ‘이제 가을이네요’ 했던 게 벌써 완연해졌다. 나무는 색이 바래가고 나는 겉옷을 챙겨 입는다. 밤은 길어졌고 아침은 좀 더 차갑다. 빗물에 씻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영락없는 가을이었다.


나는 계절이 충만할 때면 미리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보름이 지나면 달이 기울 듯 오늘이 지나면 스러져갈 계절이 예상돼서다. 그리고 그게 금방일걸 알아 더 섭섭하다. 제법 많은 계절을 겪었지만 여전히 계절의 변곡점에선 싱숭생숭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무실에만 있다 보니 계절을 쳐다보지도 못해서, 올해도 단풍 든 설악산을 보지 못하겠구나 싶어서, 그리고 지나가기만 하는 시간이 서글퍼서


계절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새해가 밝으면 새로운 계절이 오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반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재미없는 사람이다. 그런 낭만 없는 사람과는 술자리를 하고 싶지 않다. 분명 쓴 잔만 하염없이 삼킬 것이다. 만약에 그 이 말대로 절대 같은 계절이 오더라도 나는 새롭게만 보고 싶다. 나의 계절은 그 이와 다를 것이다.


나는 손바닥보다 작은 화분에 그만큼 작은 단풍을 심었다. 상토에는 짙은 녹색의 이끼와 작은 마사토 알갱이를 깔았다. 아직 몸도 제대로 못 가누지만 살포시 구부러진 모양새는 이미 내게 근사하다. 물을 주자 기다렸다는 듯 잎이 살아난다. 작은 기쁨을 얻는다. 누구는 매번 같은 계절이라지만 경험은 매해 다르다. 이 말이 맞다면 매번 같은 계절을 겪는 이유는 나태함일지 모르겠다.


청신한 새벽 같은 가을의 온도. 오늘의 날씨에서 가을의 콧김을 느꼈다. 그렇게 가까운 만큼 이제 멀어지기만 하겠다. 날씨에 관한 인사말을 바꿔야겠다. 가을이 가고 있다고.


계절은 그대 로고 내가 새로워져야 하는구나. 올 가을의 하이라이트는 이 녀석이 돼 줄 것이다. 계절은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계절의 실감


날씨에 관한 인사말을 바꿔야겠다. 가을이 가고 있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