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경계선과 경계벽
‘4 곱하기 4’ 하면 16자리, 00 도서관의 노트북실은 16명이 않을 수 있는 테이블이 4개이다. 테이블 위에는 책과 노트북 외에도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12색 크레파스를 연상하게 하는 연필통, 휴지로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워 보이는 휴지 말이 1개, 즐비한 노트북의 충전기 선들 그리고 다양한 음료 잔들이 비교적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소지품으로 자기의 영역을 표시한다. 물론 옆자리가 빈자리일 경우에는 옆자리의 의자까지 포진한다. 중심에 노트북 또는 책을 두고 사방에 소품을 하나씩 둔다. 암묵적 경계선을 긋는 것이다.
나 역시 물통 2개, 필기구 그리고 3M 메모지로 줄줄이 사탕 꿰듯이 가져온 물건들을 진열한다. '뭐 필요한 것이니까' 하고 당당하게 여기저기 늘어놓게 된다. 옆자리는 누가 오기 전까지는 내 가방의 자리로 굳히면서 ' 제발 최대한 오랜 시간 가방이 주인이 되기를...' 바란다.
앗! 그 순간 누군가의 가방이 테이블에 자리한다.
그녀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나타나는데 꼭 큰 배낭을 테이블에 올린다. 그리고 자기 노트북을 최대한 가린다. 높이가 있는 사물이 놓이면 심리적으로 테이블이 더 좁은 느낌이게 느껴진다. 그녀가 나타나면 옆자리, 앞자리 또는 대각선 자리도 불편하다. 소소한 물건의 경계점은 시각적으로 불편감을 가지지 않지만 덩어리가 놓일 때는 나는 신경이 곤두선다. 답답증 증세가 있어 입구 자리 나 테이블 끝자리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어느 사이 '참을 인'자는 도망가고 나도 다른 자리로 도망간다. 결국 ‘참을 인(忍) 자’ 대신 ‘피할 피(避) 자’를 선택하고 만다. 오늘 나는 도망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