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다시, 공부?
7월의 시험 후유증으로 약 2달간 도서관 출입을 하지 않았다. 몇 년을 준비한 시험을 포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휴대폰 충전할 곳을 찾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간 도서관 3층 학습실. 그곳은 여전하였다. 공부하는 사람들로 열기가 가득하였다. 오랜 시간 내 자리로 사용한 자리가 마침 비어 있어 자연스럽게 차지하고 앉아 충전기를 꽂았다. 순간 '다시 공부하러 온 기분이 드는 건 뭐지?' 피식 웃음을 짓는 순간 한 사람이 입장한다. 이 시간에? 지금은 오후 7시다. 그는 올봄부터 도서관에서 자주 본 사람이다. 연습용 국가고시 시험지를 사용하는 것을 보아서 아마도 나랑 같은 유형의 시험공부를 하는 듯하다. 그의 엉클어진 흰 머리카락 위에는 안경이 얹혀 있고, 윤기라고는 없는 얼굴을 보아서는 여름 내내 ‘열공’한 듯하다. 그가 늘 가지고 다니던 A4용지 메모지는 두께가 더 높아져 있었다. 내 맞은편 앞자리에서 열심히 모의시험 답안지를 쓰고 있는 그를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 휴대폰 충전이 다 되었다고 초록불이 깜박인다. 시험에 갇힌 내 인생에 초록불을 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