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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주 Oct 16. 2024

도서관사람들

01. 자리 지킴이

도서관 01

이른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에 방을 탈출한다. 에어컨과 팬이 조합된 바람으로 시원한 도서관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도서관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나는 그중 학습공간을 즐겨 찾는다. 

이쯤에서 고백한다. 나는 요즘 매일 도서관에 출근한다. 덕분에 사람에 대한 의도치 않은 몇 가지의 사실을 알게 됐다. 이상한 일이다. 사람들의 대다수는 왜 늘 같은 자리에 앉을까. 마치 지정석인 것처럼.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휴대폰을 본다. 그들을 보면서 ‘아! 내가 오늘은 일찍 왔구나 또는 늦게 도착했구나’를 가름한다. 이런 나 또한 나의 지정석이 된 21번 자리를 고수한다. 21번을 선호하는 이유는 입구가 가까워서다. 입구 자리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로 밀폐공간으로부터 언제든지 탈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5개월 동안 자격증 고시생이 되어 매일 출근한 도서관에서 발견한 사실은 또 있다. 무언의 커뮤니티라고 해야 할까! 매일 8시간 이상을 한 공간에 있는데 눈길이 마주쳐도 눈인사를 하지 않는 관계성이다. 눈인사를 하는 순간 시작되는 관계의 피곤함 때문일까, 그 누구도 아는척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부득이 인사를 해야 하는 두 사람이 생겼다. 실수로 만들어진 관계다. 한 사람은 입구 쪽에서 길게 통화해서 조금 조용해달라는 사인을 보내서, 또 다른 사람은 공부하다가 당이 당겨 사탕을 살금살금 꺼내는 순간 눈길이 마주쳐 사탕 한 개를 건넨 게 사단이었다. 사탕 한 개가 쌍화탕 한 병이 되어 돌아왔다. 이후 나는 내가 먼저 나서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학습할 수 있는 도서관에는 도착 선두주자 두 명이 있다. 엄청난 책을 쌓아두고 노트북을 하는 한 명과, 노트북 1대만 설치하는 또 다른 한 명이다. 21번 자리에서 2시 방향에 마주하는 ‘자리 지킴이’는 책을 잔뜩 쌓아둔 채 노트북을 하거나 졸기를 반복한다. 2시 방향에 자리한 이는 책을 보는 모습은 볼 수 없었고,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보거나 외출로 긴 시간 빈자리였다. 퇴실 방송이 나오는 시간까지 그 자리를 보존한다. 또 다른 ‘자리 지킴이’는 4시 방향에 있어 내가 들락날락할 때 인지되는 위치다. 4시 자리의 그는 주식하는 사람이라 3시 30분 되면 그 자리에서 로그아웃한다. 특징은 그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는다는 것과 심각한 기류가 흐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과 마주쳐도 서로 투명 인간 대하듯 눈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동일 시간에 그들과 공간 공유를 한다. 커뮤니티의 또 다른 방식이다. 그러고 보니 학습도서관에서 팬, 종이, 책도 없이 몇 시간을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몇몇 더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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