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은 활기차던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건 아니었지만 코로나 초기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것처럼 을씨년스럽지는 않았다.
팬데믹으로 움츠렸던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사태가 이년 째 계속되면서 피로감이 늘어난 탓도 있을 테고,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면서 최소한의 방비책이 마련된 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체크인을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 큰 문제에 부딪혔다. 딸아이의 비자가 발급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의 비자도 딸아이가 받아준 건데 정작 딸아이 건 안되었다니! 사위는 미국 시민권자이니 비자가 필요 없지만 결혼 당사자인 딸이 갈 수 없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사무 상의 착오이려니 하고 몇 번이나 확인해봤다. 항공사 직원도 더없이 친절하게 여러 곳을 확인해봐 주었지만 딸아이 비자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낭패였다.
딸아이 결혼 리셉션을 위해 나선길 아닌가. 정작 본인이 갈 수 없게 된 황당한 현실 앞에 당황하는데 딸아이는 침착했다.
"걱정 마세요. 여기서 다시 신청하면 되니까요. 혹시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 부모님은 먼저 가세요.
저흰 비자발급을 받는 대로 다른 비행기로 뒤따라 갈 테니까요."
딸은 여유로운 말투로 우리들의 불안을 다독였지만 비자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일처리를 잘해서 믿는 딸이긴 하지만 여행할 때면 늘 여행사에 수수료를 주고 맡겨 며칠 지나 비자를 받았던 우리로서는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딸은 미소로 우리를 안심시키고 즉시 핸드폰으로 비자 신청을 했다.
비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위와 딸을 남겨두고 긴가민가하며 일단 우리는 먼저 출국장으로 향했다. 코로나 때문에 출국심사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워낙 일찍 공항으로 나온 게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첨부터 딸과 사위만 믿고 나선 길이었기에 불안했다.
영어도 안 되는 우리끼리 미국행을 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과 혹시 비자발급이 늦어져 결혼식에 차질이라도 빚게 되면 어쩌나.
온갖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기우였다.
썰렁한 면세점을 둘러보는데 비자를 받았다는 문자가 들어온 것이다. 딸을 두고 들어온 지 한 시간 조금 지난 뒤였고 비행기 탑승시간도 40분이나 남아있었다.
비자 발급받기가 이렇게 쉬웠다니!
공항에서 비자발급받고 출국할 수 있다는 건 놀랍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자를 받기 위해 미 대사관앞에 장사진으로 줄을 서야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만큼 대한민국의 국력이 강해졌다는 반증인가?
아님 IT기술의 발달 덕인가? 혹은 그 모든 걸 잘 활용한 딸의 능력인가?
어쨌거나 우리는 무사히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결혼 당사자 없는 결혼 피로연을 하는 황당한 일은 피할 수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