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비행기 환승

by 숨터
미국 코스트코 정면입구에 배치된 한국제품



결혼 피로연은 사위의 집이 있는 메릴랜드에서 있을 예정이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애틀란타 공항에 내려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 타 댈러스 공항으로 가야 했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한 여유시간은 한 시간 반.

그 시간 동안 일단 짐을 찾고 다시 수화물 검사를 거친 후 댈러스행 비행기에 실어야 한다.

내국기이고 같은 공항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그 시간 안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은 되지만,

나는 이런 류의 비행기 환승에 안 좋은 추억이 있다.



몇 명의 작가들과 아일랜드로 갔을 때였다.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에서 바로 가는 직항기가 없는데 우리는 영국항공을 이용했고 환승공항은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이었다.

이때도 환승 시간은 한 시간 반이었다.

우리가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영국 런던에 폭탄테러사건이 터진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아일랜드는 다른 나라이므로 일단 영국으로 입국한 후 다시 탑승 심사를 거치는 형식을 취해야 했다. 비행기에 실린 짐은 더블린 항공으로 그대로 옮겨질 거라고 하여 우리는 기내 가방만 들고 영국항공에서 내렸다.

그런데 히드로 공항을 벗어나지 않고 바로 재 출국하기 위해가는 동선이 의외로 고 복잡했다. 길을 잘못 찾아 헤매기까지 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겨우 검색대를 찾아 짐 검사를 시작할 때는 잰걸음 탓에 숨이 찼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초조하긴 했지만 이게 마지막 관문이니 아직은 괜찮다고 서로 위로도 했다.

오 미터도 안될 거 같은 검색대 컨테이너가 우리에게 얼마나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을 주게 될지 모르고 말이다.


공항 검색대 짐 검사는 매우 엄격하고 철저했다.

검색대 탐지기를 통과한 짐들을 수시로 따로 빼내 가방 주인에게 가방을 열게 했는데 얼마 전 터진 런던 테러 사건을 생각하면 당연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엄격한 검사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한 명이 의심 가방을 열어 확인하는 데 짐을 한 개 한 개 들어 어떤 검사 탐지기에 대보며 삐~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아마도 폭탄류인지 확인하는 거 같았다. 그러는 동안 다른 짐들은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누군가 다른 직원이 거들어 이상 없는 짐들은 통과시켜주면 일이 빨라질 텐데 싶어 애가 탔다. 간혹 거들기도 했지 만 대개는 두어 명이 서서 잡담을 하며 쌓이는 짐들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어쩌면 그들은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깍재깍 지나가는 시간 때문에 애가 타는 내 눈에는 그들이 부리는 여유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더블린행 비행기를 타고자 하는 여행객들이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 줄은 개미 걸음만큼 더디게 줄어들어 겨우 우리 일행들의 차례가 되었다. 한 명, 두 명 모두 무사히 통과되었다. 그러나 아뿔싸. 마지막 사람이 걸리고 말았다.

직원은 가방을 열게 해 물건들을 모두 일일이 확인했는데 걸린 건 화장품이었다. 샘플 정도의 크기였지만 직원은 하나하나 들어 살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일일이 확인 봉투에 넣어 새로 포장했다.

그들에게서 풀려났을 때 시간은 사정없이 흘러가 있었다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렸다. 7분 전 도착했지만 탑승 게이트는 닫혀있었다. 우리가 탔어야 할 비행기가 창밖에 뻔히 보이지만 15분 전이 마감이라 탑승시킬 수 없다고 했다.

우리들 짐도 이미 비행기에서 다 빼냈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언어가 딸리다 보니 숱한 우여곡절들이 더 있었지만 더블린에 가는 데는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두 번 겪고 싶지 않은 아찔했던 경험이었다.




다행히 이번은 그때와 달리 국내선이었다. 국내선인데도 비행기 수탁 화물을 일단 찾아 다시 수탁해야 한다는 약간 번거로운 절차가 있긴 하지만 새로운 입국심사 같은 것은 있을 리 없었다. 코로나 펜데믹은 있지만 폭탄 테러도 없었다. 비행기를 놓쳐 우왕좌왕하는 흔하지 않은 일을 두 번씩이나 겪는 우연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어째 그리 잘 맞아떨어지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또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미국인들의 철저한 자국민 우선주의 때문이었다

내, 외국인 입국심사창구가 달랐지만 그거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비행기 승객은 압도적으로 미국인들이 많았는데 내국인 줄은 술술 줄어드는데 비해 외국인 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보니 외국인 입국심사 창구에는 첨엔 직원이 아예 없다가 나중에 한 명이 맡았으니 줄이 줄어들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내국인 창구는 예닐곱 개 창구가 열려 술술 진행되고 있었다.

내국인들 심사가 모두 끝났다. 그 후에야 그 창구에서 외국인들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줄어들 줄 모르는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근 한 시간 가까이 지나가버렸다.

시민권자인 사위는 내국인 줄에 서서 진작 들어가 미리 짐을 찾아놓고 도무지 나올 줄 모르는 우리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오자마자 우리는 달렸다. 이번에는 비행기 수탁 짐도 있어 더 힘들었다.

헉헉~

이건 무슨 팔자인가. 비행기 환승할 때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돼야 하다니.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렸지만 탑승구는 우리 눈앞에서 닫혔고 이번에도 나는 결승점 도달에 실패했다.

지난번과 다른 점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위가 있어서 우여곡절은 덜 겪고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는 정도였다.


이런 스릴 이번이 마지막이길.

부디.

단거리 달리기 선수 흉내내기엔 이젠 체력도 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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