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란새 Dec 10. 2020

미국 할머니에게 사기를 당했다. (전편)

'아' 다르고 '어' 다름을 알지 못함

 모든 것은 감정적인 충동에서 시작되었다.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중요하다 여겼던 인간관계가 미묘하게 바뀌는 기류를 감지하고 나니, 갑자기 몹시도 외로워졌다. 가족의 완성을 꿈꿨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낯설고 넓은 땅에서 역시 기댈 곳은 가족밖에 없다며, 우리 가족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은 둘째가 태어나고 가족이 완성되었다고들 말한다. 나는 아이가 주는 무게와 의미에 눌려 둘째에 대한 생각을 접은 지 오래였다. 사실 둘째가 갖고 싶다고 와 줄지도 의문이었고. 그러니, 강아지를 키워야겠다고. 그렇게 충동적인 결심을 했다. 그렇게 먼저 결정하고 나니, 근거는 차고도 넘쳤다.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주택에 살며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다. 실로 반려 동물을 키우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혼자 크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반려 동물을 키우자고 언젠가부터 이야기해 오던 참이었다. 그 아이가 아직 프리스쿨러(유치원생)이긴 했지만, 뭐 1, 2년 일찍 데려온다고 안될 것은 무언가 싶었다. 결정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10년 정도 개를 키워본 나는 유경험자(라고 착각했다.)였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입양 단체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개를 기르는 데 있어서는 확실히 다방면으로 미국이 더 선진국이었다. 버려진 아이들이라고 쉽게 데려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 쉘터는 많았지만, 내가 낸 입양 신청 서류는 번번이 떨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프리스쿨러가 있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입양한 개와 아이 사이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개는 쉽게 파양 될 수 있다. 그래서 쉘터에서는 특히 puppy의 경우, 그런 집에 입양을 보내지 않는다. 개를 10년 넘게 키우고 먼저 보내본 경험이 있는 나는 1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그 아픔과 상실감이 어떤 건지 마음 깊이 기억한다. 그래서 내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을 때에 개를 보내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우리가 키울 개는 어릴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이 안된다면, 사야지(이 표현 참 좋지 않지만) 뭐. Craigslist라고 한국으로 치자면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쯤 되는 사이트가 있다. 뭐가 되었든 돈을 받으며 팔 수 있는 것들은 다 올라와 있다. 정보력도 감도 없었던 나는 이 지역 Craigslist를 뒤지며 무작정 puppy를 찾기 시작했다. 개 누나로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사실 나는 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매일매일 Craigslist에 올라오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며 개의 종류는 참 다양하고 하나같이 귀엽구나 했다.


 몇 날 며칠을 개 주인들과 연락하며 적당한 아이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생김새는 낯이 익지만 처음 들어보는 긴 이름을 가진 종의 강아지 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Mrs. Lilian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의 귀여운 강아지들을 소개하며 남 다른 사연과 내가 정말 진지하고 좋은 개엄마가 될 사람인지 확인하는 질문들을 보내왔다. 릴리안 할머니가 보내온 강아지들의 사진(아래)은 너어어어무 귀여웠다. 할머니는 자신의 늦둥이 아들이 Breeder(라이센스를 가진 전문 사육사)였는데 긴 기간 암 투병을 하다가 얼마 전에 죽었다 했다. 본인과 남편은 아들의 집으로 와서 유품을 정리하는 중인데, 그가 마지막으로 개를 교배시켜 낳게 한 마지막 강아지들이 Peddy와 Jewel이라고 했다. 이 아이들은 당신의 아들에게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내가 이 강아지들을 데려가서 되팔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 나에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물론 당신은 매우 진지하기 때문에 내가 자신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 Have you own a pet before?

- Do you have a vet doctor?

- where precisely are you locate

- Are you a breeder?

- Which of the puppies are you looking at, what sex or both?

- Give me a Brief Description about your Environment?

 

[Peddy와 Jewel]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3년이 지나서 캐캐 묵은 할머니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꺼내 읽어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아' 다르고 '어' 다름을 모르던 나. 지금이라고 안다고 하기 어려운 나. 어떡하니.......

작가의 이전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