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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비로운별 Apr 14. 2021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

한전의 군 복무 경력 승진 혜택 삭제 검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청춘의 전성기 스무 살. 마지막 담임 선생님께 또 다른 세상을 향한 배웅을 받고 난 뒤 성인으로서의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남자들의 집에 하나 둘 도착하는 우편물 하나, 신체검사 통지서다.


통지서를 받고 마냥 남 일 같았던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한다. 병무청에 가서 상당히 칙칙해 보이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한우 등급 매겨지듯 신체 등급이 매겨지면 운명이 결정된다.


이렇게 각자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많은 청년들, 그들이 국가 안보를 위해 청춘의 일부를 떼어내 헌신한 수많은 시간들은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존중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 듯하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가 승진 시 남녀차별 규정을 정비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을 공공기관들에 내리면서 '군 복무 경력'을 승진 과정에서 혜택으로 인정받기 난감하게 됐다.


실제로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에서는 공공기관들 중 제일 먼저 승진 평가 중 군 복무 경력 인정 조항을 삭제하는 내부 지침 개선을 진행했고, 현재 검토를 받고 있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공포될 예정이다.


입사 이후에 군대에서 복무한 경력은 반영해주기로 했지만, 대체로 군 복무를 미루며 취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군 복무를 미룬 사람이 취직이 잘 된다는 보장 또한 존재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군 복무에 대한 혜택은 지난 세월부터 꾸준히 중요하고 예민한 논제로 자리 잡고 있고, 이 과정에서 청춘의 일부를 군 생활을 위해 바친 헌신적인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듯 '군 가산점 폐지' 같이 혜택은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예민한 논제는 단순한 남자를 위한 혜택이 아니다. 남성들 중에서도 미필자의 수는 많다고 할 순 없겠지만 적은 편이 아니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약 32만 명 중 1만 명, 약 3.1%의 남성들이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다. 이에 더해 상대적으로 비영리 대외활동이나 취업 준비 활동이 현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보충역 비율도 약 32만 명 중 4만 3천 명, 13.5%나 된다. (병역판정 검사 현황 - 역종별, 청별(종합), 2019, 통계청)


즉, 군필자들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할 동안 영리적 대외활동이나, 인턴십, 동아리, 자격증 취득 등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은 미필 남성 또한 많다는 것이다. 청춘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시간들에 대한 존중 의식이 있다면 군 가산점이 안 되더라도, 승진 기회 내에서 군 경력 인정을 받는 것은 부당한 혜택,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사회에서 점차 낮아지는 군필자에 대한 존중 의식의 영향인지 '병역 피해자'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만큼 현대 병역 의무를 위해 청춘의 일부를 바쳐야 하는 청년 남성들의 불만이 거세다는 반증이다.


사실 배려와 존중이 필요한 대상은 군필자뿐만이 아닌, 임신부와 임산부 또한 그렇다. 이들의 출산이 의무가 아니지만, 어찌 보면 출산을 통해 사회가 지속되는 데에 기여하므로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고 볼 수 있는데 왜 이들의 출산은 부담의 대상이 된 것인지, 또 왜 경력 단절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군인 봉급 인상, 출산 휴가 장려 등의 정책이 꾸준히 나오고는 있지만 이것들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이고, 과연 왜 이러한 정책들이 나왔음에도 군인들의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는지, 왜 출산율이 바닥을 치는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도 과제는 주어진다. 그들의 입장을 완벽하게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이해와 존중, 배려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미래 나아질 삶의 질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전 2030 男직원 "군필 손해없다더니…늦어진 취업 누가 보상하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4/355108/)



Photo by israel palaci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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