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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Park Jan 02. 2023

이번 삶은 천국 가는 길 겪는 긴 멀미인가요

요즘 들어 삶이 부쩍 무거워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번 삶은 천국 가는 길 겪는 긴 멀미인가요"라는 문장이 마음에 걸려 생각이 내려가질 않습니다.


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무뚝뚝했으며 적어도 내 기억에서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은 사람이라서 애석하게도 나는 아버지의 내면이라는 것에 대해 잊어버리곤 했다. 타인의 내면이란 그것이 흔들리고 더러는 깨어질 때, 그러니까 마치 재즈처럼 마음이 평상의 리듬을 벗어나 예상치 못하게 변주될 때 만져지는데 아버지는 언제나 나에게 '플랫'한 모습이었다.

김금희,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p. 139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같이 무탈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에는 그 아래에 감추어진 무언가가 보이지 않지만, 수면의 파문처럼 그 균형을 깨뜨리는 외력이 작용할 때 삶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것이 들여보이게 됩니다. 가파른 골목길 아래에 서서 위를 올려다볼 때, 항상 메고 다니는 배낭의 무게가 문득 체감되는 순간입니다.


저의 일상에도 최근 들어 원치 않는 파문을 일으키는 일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입원하셨고, 다가오는 전세 만기에 불분명한 거취, 괜스레 아픈 곳이 생긴 것만 같은 불안이 생기기도 하였고 또 안팎으로 챙겨야 할 사람과 일들도 한가득입니다.


힘이 들 때 힘을 빼는 사람이 있고, 힘을 내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은 무거워지는 삶의 중력을 비관하며 손 놓아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륜을 더욱 붙들어 잡는 사람입니다.


희망이라고도, 낙관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저는 이를 정성이라 말하겠습니다. 품을 들여 스스로의 오늘을 서둘러 덮지 않고 애틋이 돌보는 정성. 삶의 불공평에 맞서 응전하며 나로부터 내 삶을 보호하려는 자의 정성. 이대로의 내 삶을 끌어안는 정성.


사무엘 베케트의 짧은 문장이 제 마음을 다독입니다.

You must go on. I can't go on. I will go on.



객쩍은 넔두리를 길게도 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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